1586대 50. 한국 블록버스터 사극 영화 ‘명량’과 프랑스 코믹 드라마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3일 현재 스크린 수이다. ‘명량’은 이날 하루에만 125만3650명을 모아 지난달 30일 개봉 이후 475만9259명을 기록했고, 지난달 25일 개봉한 ‘마담 프루스트…’는 3일 5607명, 지금까지 4만6458명을 모았다. 수치상으로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그 작은 스크린수로 이룬 ‘마담 프루스트…’의 선전이 놀랍다.
하루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대작들이 늘어선 극장가에서 작은 영화들이 소리 소문 없이 약진하고 있다. ‘마담 프루스트…’는 개봉 4일 만에 1만명을 돌파했고, 6일 만에 2만명을 넘어섰으며 9일 만인 지난 1일 3만 관객을 기록했다. 특히 평일 관객(7월 29일·4275명)이 주말 관객(7월 26일·4099명)을 웃돌고 있어 흥행 귀추가 주목된다.
영화는 유년 시절의 좋지 않은 추억 때문에 말과 기억을 잃어버린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애니메이션 ‘일루셔니스트’(2011)로 주목받은 실뱅 쇼메 감독의 극영화로, 아름다운 음악과 화려한 미술이 이목을 사로잡는다. 프루스트 역은 ‘타인의 취향’ 등에 나온 앤 르니, 프루스트와 소통하는 청년 폴 역은 ‘미드나잇 인 파리’ 등에 출연한 귀욤 고익스가 맡았다.
지난달 17일 개봉한 미국 코미디 로맨스 영화 ‘프란시스 하’는 개봉 15일 만에 5만 관객을 돌파했다. ‘타워 하이스트’의 각본을 쓴 노아 바움백 감독의 연출이 돋보이는 흑백 영화로 무용수를 꿈꾸는 20대 후반 여성의 좌충우돌을 담았다. 프랑스 레오 카락스 감독의 ‘나쁜 피’(1986)를 오마주한 장면 등 고전의 향취도 묻어난다. 프란시스 역은 그레타 그윅이 맡았다.
40개 정도의 스크린에 불과하지만 평일에도 2000명 안팎의 관객들을 모으며 선전하고 있다. 특히 5일 전국 40여 개 CGV에서 동시 상영하는 ‘무비꼴라쥬 데이’(다양성 영화 상영일) 상영작으로 선정돼 더 많은 관객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수입사 그린나래미디어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 현실적인 대사와 에피소드, 낭만적인 화면 등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일본 가족 드라마 ‘동경가족’은 누적관객이 8600명에 불과하지만 감동적인 스토리가 조금씩 입소문이 나면서 가족 단위 관객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 감독들이 롤 모델로 꼽는 일본의 거장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동경이야기’(1953)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야마다 요지 감독이 자신의 50주년 기념작으로 연출했다.
지난 6월 5일 개봉한 독일·스위스·포르투갈 합작 미스터리 멜로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10개 상영관을 유지하며 지금까지 6만9800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정복자 펠레’ 등을 연출한 덴마크 빌 어거스트 감독의 신작이다. 우연히 습득하게 된 낡은 책의 저자를 찾아 리스본행 열차를 타고 가면서 들려주는 비밀스런 이야기와 아름다운 풍경이 시선을 끈다.
지난 5월 22일 개봉한 미국 멜로드라마 영화 ‘그녀(Her)’는 20여개 스크린에서 장기 상영되며 34만5000여 명의 관객과 소통했다. 다른 사람에게 편지를 써주며 외롭게 살아가는 작가와 실체는 없이 목소리만으로 소통하는 운영체제 속 여성의 사랑을 그렸다.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연출하고 스칼렛 요한슨이 목소리 연기를 했다. 올해 미국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았다.
이런 영화들은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 CGV 상암과 여의도 등 무비꼴라주관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하루에 한두 번, 그것도 심야 또는 아침 시간에 상영되기 때문에 관람하기가 쉽지 않다. 극장마다 ‘명량’ ‘드래곤 길들이기 2’ ‘군도: 민란의 시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로 채워져 다양성 영화에 대한 홀대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명량 vs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대작 틈바구니 ‘작은 영화’ 경이로운 선전
입력 2014-08-05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