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구원의 여망마저 사라질 때

입력 2014-08-05 02:33

원양어선 항해사로 일했던 한 집사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분이 몰고 있던 배가 대양 한가운데를 항해하고 있었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갑자기 폭풍우가 몰려왔습니다. 10m 넘는 파도가 배를 향해 덮쳐 올 때면 배가 거의 수직으로 하늘을 향해 곧추섰다가 절벽 같은 아래로 그대로 곤두박질치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합니다. 배가 곤두박질칠 때면 배에 타고 있는 모든 선원들과 모든 기구들도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파도에 떠밀려 나오게 됩니다. 그런 위기 상황에서는 배가 수면 위로 솟아올라봐야 비로소 생존자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고 합니다. 참으로 위험하고 힘든 상황입니다.

본문에서 바울은 죄수의 몸으로 로마에 압송되고 있습니다. 바울이 탄 배는 지중해 연안 그레데 해변을 끼고 항해하다가 유라굴로라는 광풍을 만났습니다. 배는 항로를 잃고 바람 부는 대로 표류하기 시작합니다. 배가 혹시라도 모래톱에 걸릴까 두려워 연장을 내렸지만 속수무책으로 떠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바람은 걷잡을 수 없었고 해도 달도 별도 보이지 않는 극한 상황에서 배에 승선했던 사람들은 물론 선원들까지 자신들에게 파멸이 가까이 왔음을 두려움으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여러 날 동안 해도 별도 보이지 아니하고 큰 풍랑이 그대로 있으매 구원의 여망마저 없어졌더라”(행 27:20)는 말씀에는 그들이 처한 위기상황이 한마디로 요약되어 있습니다. 바로 한 가닥 남아 있던 인간의 가능성, 즉 구원의 소망마저 다 사라져 버렸다는 것입니다. 배가 전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화물들과 배의 기구들도 자신들의 손으로 다 버렸건만 이러한 상황이 14일 동안이나 계속됐습니다.

바울이 겪은 이러한 위기상황은 비단 지중해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육지나 공중에서도, 심지어 집이나 사무실에서도 ‘구원의 여망마저 사라져 버리는’ 고통스러운 밤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까요.

바울은 본문 23∼24절에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내가 속한 바 곧 내가 섬기는 하나님의 사자가 어젯밤에 내 곁에 서서 말하되 바울아 두려워하지 말라 네가 가이사 앞에 서야 하겠고 또 하나님께서 너와 함께 항해하는 자를 다 네게 주셨다 하였으니”라고 하면서 하나님께서 일하실 것을 선포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증거하는 계기로 삼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바울의 모습을 본받아야 합니다. 바울은 달도 별도 보이지 않고 구원의 여망마저 보이지 않던 그 절망스러운 환경 속에서 자신을 향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였던 것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바울은 자신이 무엇 때문에 그 배를 탔는지 확실히 인식하였으며, 로마에 가서 복음을 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슴속에 새겼을 것입니다. 결국 구원의 여망마저 사라지게 한 풍랑은 바울에게 담대함을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사야 55장 3절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귀를 기울이고 내게로 나아와 들으라 그리하면 너희의 영혼이 살리라….” 우리는 어려울 때일수록, 풍랑을 만날수록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 성도가 되어야 합니다. 구원의 여망마저 사라질 때도 살아계신 하나님은 일하십니다. 그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이 곧 성도의 영혼이 사는 길입니다.

김철수 목사(부산 좌동장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