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홍성욱] 로봇물고기의 정치공학

입력 2014-08-05 02:57

최근 4대강 사업을 위해 개발된 로봇물고기가 감사원 감사 결과 성능이 형편없는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60억원에 가까운 혈세를 낭비했음이 밝혀져 공분을 사고 있다. 로봇물고기는 2009년 11월 27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4대강 수질 관리를 위해 투입할 예정이라고 소개하면서 등장했다. 당시 4대강 사업이 수질 악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는데, 이 때 수질을 감시하겠다는 로봇물고기가 등장한 것이다. TV로 중계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소개된 동영상에서는 보통 물고기와 흡사한 로봇물고기가 강 속을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고, 이 대통령은 “저건 낚시를 해도 물지 않는다”고 농담을 해서 방청객을 웃기기도 했다.

로봇물고기의 기원은 1994년 미국의 MIT에서 개발된 로보튜나(Robotuna)다. 이후 로보파이크, 일본의 로봇 도미, 영국 에섹스 대학의 G와 MT 로봇물고기 등 여러 모델이 제작되었다. 국내에서는 2008년부터 하이드로젠주식회사 로봇사업부와 함께 로봇물고기를 연구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2009년 9월에 익투스라는 로봇물고기를 선보였다. 익투스는 42㎝ 길이에 1.2㎏의 무게로, 한번 충전할 경우 1분에 12m씩 4시간을 헤엄칠 수 있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익투스는 GPS 시스템과 센서, 소나 등의 장치를 내재했고, 충전할 때에는 청소 로봇처럼 스스로 충전 위치로 이동했다.

원래부터 익투스가 4대강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렇지만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포함된 10개의 정부출연 연구기관은 2009년 6월 첨단 기술을 통해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지원한다고 공표했는데, 이 중에 로봇물고기가 포함되어 있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예산은 상당 부분을 정부에 의존하기 때문에 정권이나 관련 부처가 바라는 연구를 하는 경향이 큰데, 이 4대강 살리기 지원 정책도 이런 경향의 일환으로 볼 수 있었다. 실제로 같은 해 9월 말 생산기술연구원이 20주년 기념식에서 익투스는 ‘4대강 살리기 첨단 기술 지원을 위해 시험 제작한 물고기’로 소개되었다. 다음 해에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협동 연구로 ‘수중로봇 연구·개발’이 시작되었고, 그 주관 사업자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선정되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로봇물고기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수질오염 문제를 희석시키는 정치적 술수라고 비판했다. 4대강의 물을 막는 보가 수질을 오염시키는가 아닌가의 논쟁 상당 부분이 로봇물고기가 정말로 가능한가 그렇지 않은가라는 주제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위원회는 야당의 공세 끝에 2010년 4대강 관련 로봇물고기 개발 예산을 전액 삭감했지만 익투스를 개발했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는 2010년 5월에 수중로봇개발단을 발족시켰고, 그해 말에는 로봇물고기를 4대강에 넣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예산이 통과되었다. 특히 대통령이 커다란 로봇물고기 한 마리가 아니라 크기를 줄여서 여러 마리가 편대 유영을 하면 좋겠다고 언급한 뒤 로봇물고기의 크기가 대폭 줄었고, 크기가 줄어든 물고기에 센서를 장착하는 것이 다시 어려워졌다. 이후 로봇물고기는 계속 미루어졌고, 이것이 물에 투입되는 시점은 자꾸 늦춰졌다.

돌이켜보면 로봇물고기는 강이 아니라 수조 속에서만 전시용으로 존재했던 것이다. 이는 수질을 탐지하는 기술이 아니라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을 희석하면서 이를 추진하는 데 큰 공을 세웠던 정치공학, 정치적 기술이었다. 우리는 존재하지도 않는 금강산댐의 위협을 막기 위해 성금을 걷어서 평화의댐을 지었고, 역시 존재하지 않는 대량살상무기를 찾아 없애기 위해 연합군은 이라크를 침공했다. 우리 사회는 지난 5년간 존재하지도 않는 로봇물고기를 놓고 60억원의 예산을 썼고, 아마 그보다 더 많은 사회적인 에너지를 소모했고, 이 논란 속에 수십조원의 예산을 들여 4대강 사업을 강행했다. 로봇물고기는 과학기술의 외피를 뒤집어썼던 정치공학이었고, 책임을 묻는다면 이 일을 주도했던 정치공학자들과 전문가들에게 공동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