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학(사진) 전 대농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2일 9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강원도 통천에서 태어난 박 전 명예회장은 1955년 대농그룹의 전신이자 곡물·비료 수출입 업체인 대한농산을 세웠다. 이후 대한농산을 중심으로 태평양방직, 금성방직, 한일제분 등을 잇달아 사들이며 제분·방직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갔다. 71년 미도파백화점을 계열사로 편입하면서 유통 중심 대기업을 일궜다. 73년에는 ㈜대농을 설립해 사업체를 한데 모아 그룹으로 키웠다.
박 전 명예회장이 89년 아들인 박영일 전 대농그룹 회장에게 경영을 넘긴 뒤 대농그룹은 미도파건설을 비롯해 10여개 기업을 설립·인수하며 확장을 거듭했다. 90년대에는 재계 30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사세 확장 과정에서 과도하게 차입금을 얻으면서 재무구조가 나빠졌다. 특히 97년 신동방그룹과 성원그룹에서 미도파백화점을 적대적으로 인수·합병(M&A)하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거액을 투입하며 자금난이 심화됐다. 곧이어 닥친 외환위기를 넘지 못한 채 98년 그룹이 해체됐다.
박 전 명예회장은 80∼83년 한국섬유산업협회장, 91∼94년 한국무역협회장을 지낸 재계 마당발이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박 전 회장과 딸 선영 은희 경희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5호실이고, 발인은 4일 오전 7시30분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박용학 前 대농그룹 명예회장 별세
입력 2014-08-04 0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