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리 미군 학살’ 알린 정은용씨 별세

입력 2014-08-04 03:59

‘노근리 사건’을 세상에 알린 ㈔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 정은용(사진) 회장이 지난 1일 오후 8시30분쯤 대전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노근리국제평화재단이 3일 밝혔다. 향년 91세.

사건의 피해자이기도 한 고인은 1994년 ‘그대, 우리의 아픔을 아는가’라는 실화소설로 노근리 사건의 실체를 세상에 알렸다. 고인은 사건 현장에서 장남(당시 5세)과 딸(당시 2세)을 잃었고 그의 아내도 팔꿈치와 옆구리에 상처를 입었다.

고인은 노근리사건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진상규명에 앞장섰고 한국과 미국 정부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런 노력은 정부가 2004년 ‘노근리사건 희생자 심사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밑거름이 됐다. 정부는 또 2011년 사건 현장 부근에 위령탑, 평화기념관, 교육관, 조각공원, 야외전시장 등을 갖춘 노근리평화공원(13만2240㎡)을 조성했다.

노근리 사건은 6·25전쟁에 참전한 미군이 1950년 7월 25∼29일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의 경부선 철도 쌍굴에 대피했던 피란민 대열에 공중 공격과 기관총 사격을 가한 사건이다. 정부는 2005년 유족 등의 신고를 받아 사망 150명, 행방불명 13명, 후유장애 63명 등 226명을 피해자로 확정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구도(노근리국제평화재단 이사장)씨 등 세 아들이 있다. 빈소는 충남대병원 특2호실(042-257-6944)에 마련됐고 발인은 4일 오전 7시30분, 장지는 영동군 선영이다.

대전=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