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착한 사회를 위하여] 제기동 ‘정다운 재능기부 봉사단’

입력 2014-08-04 03:51
'정다운 재능기부 봉사단'의 이문무씨(오른쪽)가 3일 서울 제기동의 기초생활수급자인 노모씨 집에서 사위 임진삼씨(오른쪽 두 번째)와 함께 푸른색 벽지로 도배를 하고 있다. 임씨 아들도 아빠 뒤에서 도배하는 모습을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다. 김지훈 기자

3일 서울 제기동 재개발 예정지의 한 주택. 10평 남짓한 허름한 집에 들어서자 부엌 벽지 곳곳에 검푸른 곰팡이가 눈에 띄었다. 거실에 하나 있는 창문은 옆 건물에 막혀 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구석엔 거미줄이 있고 거실 장판엔 검은 때와 흙먼지가 가득했다. 집 곳곳의 흰색 꽃무늬 벽지는 오랜 세월 때가 타 누렇게 변한 채 여기저기 들떠 있었다.

이 집에서 기초생활수급자인 노모(60·여)씨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늦둥이 아들이 산다. 단칸방에서 살다가 아들이 공부방을 갖고 싶어 해 큰맘 먹고 월세 20만원짜리 이 집으로 이사했다. 월세는 월 70만원 기초생활수급비의 3분의 1이나 된다. 재개발 예정지라 언제 헐릴지 모르지만 서울에서 이 가격에 방 두 칸짜리 집을 구하기란 이곳 외엔 불가능했다.

이날 아침 노씨 집에 장판과 벽지 등을 들쳐 멘 '장정' 10여명이 들이닥쳤다. 어려운 가정을 찾아다니며 도배 등 집수리를 도와주는 '정다운 재능기부 봉사단' 멤버들이다. 동대문구청 소개로 노씨를 알게 된 단원들은 노씨가 이사하기 전까지 오랜 기간 방치됐던 집의 허름함에 잠시 놀라는 모습이었지만 곧 가구와 집기를 밖으로 꺼내고 푸른 벽지에 풀칠을 시작했다.

10여분 뒤 봉사단 고문 이문무(61)씨가 우마(도배용 받침대)를 능숙하게 펼치곤 성큼 올라섰다. 지금은 음식점을 하고 있지만 1980년대 도배를 생업으로 했던 경력 8년의 전직 도배업자다. 습한 날씨에 집도 좁아 땀이 비 오듯 흘렀지만 이씨는 봉사자가 건네는 도배지를 받아들고 천장부터 '주욱' 붙여나갔다. 능숙한 솜씨로 4시간을 쉼 없이 일하는 사이 그는 어느새 러닝셔츠 차림이 됐고, 온통 누렇던 집은 화사한 하늘색으로 가득해졌다. 이씨는 "파란 벽지는 관리가 어렵지 않고 쉽게 변색되지 않아 이런 집에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이 고문의 사위인 임진삼(42)씨가 뒤를 따르며 도배지가 제대로 붙었는지 꼼꼼히 살폈다. 출판업을 하는 임씨는 휴가 중인데도 이곳을 찾았다. 장인을 따라 '자의반 타의반' 봉사를 거든다며 웃더니 "아이를 데리고 왔는데 봉사 현장보다 더 좋은 교육은 없다. 아이가 봉사하는 분들의 착한 마음을 배워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씨도 물건을 나르고 봉사자들에게 음료를 건네며 분주히 움직였다. 그는 만학으로 대학을 늦게 졸업하고 교육공무원으로 9년 정도 일했다. 근무기간 10년을 못 채워 연금 없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살고 있다. 식당일을 하다 허리가 아파 지금은 모두 그만둔 상태다. 노씨는 "세상에 이렇게 고마운 분들이 어디 있느냐"며 연신 감사의 말을 전하더니 "돈은 없지만 몸으로 하는 일은 거들 수 있으니 나중에 봉사활동 갈 때 나도 불러 달라"며 연락처를 봉사단에 건넸다.

이 봉사단은 2011년 10월 서울 청량리에서 고깃집을 하는 이 고문이 만들었다. 그동안 독거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등의 집 20여채를 무료로 수리해줬다. 다들 각자 생업을 갖고 있지만 매달 첫째 일요일에 이렇게 모여 봉사활동을 한다.

봉사단은 직접 봉사에 나서는 정회원 14명의 월 2만원 회비와 고문 5명이 두세 달마다 내는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구청에서 장판 등을 지원하지만 도배지 구입비를 비롯해 부족한 부분은 회원들이 충당하고 있다. 이씨는 "마음이 맞는 사람 14명이 모여 도배, 전기공사, 수도·싱크대 보수 등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로 집수리를 해주고 있다"며 "수리된 집을 보고 환해진 노인분들의 얼굴을 잊을 수 없어 계속 한다"고 말했다.

이씨 부부는 2009년부터 매달 셋째 금·토요일 식당에서 고기 식사를 무료로 대접하는 봉사도 했다. 치아가 안 좋은 노인들을 위해 불고기를 물렁물렁하게 익혀 대접했다. 매주 20여명씩 찾아와 고기를 먹고 갔다. 그러나 고기 대접은 지난 지방선거 때 구의원·시의원 후보들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생색만 내며 이용하려 해서 그만뒀다고 한다. 이씨는 "그렇게 찾아오는 사람들이 어르신들을 위해서는 고기 한 점 안 사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씨의 부인 노미향(52)씨는 26세 때부터 고아 삼남매를 5년간 돌본 일을 계기로 봉사활동에 나서게 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에 장학금도 내고 있다. 에어컨 설비업자인 봉사단원 김도준(42)씨는 "처음엔 내가 먹고살기 힘든데 무슨 봉사냐는 말도 많이 했는데 자식들에게 본보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 다들 앞다퉈 나온다"고 말했다.

이 봉사단은 2011년 10월 서울 청량리에서 고깃집을 하는 이 고문이 만들었다. 그동안 독거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등의 집 20여채를 무료로 수리해줬다. 다들 각자 생업을 갖고 있지만 매달 첫째 일요일에 이렇게 모여 봉사활동을 한다.

봉사단은 직접 봉사에 나서는 정회원 14명의 월 2만원 회비와 고문 5명이 두세 달마다 내는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구청에서 장판 등을 지원하지만 도배지 구입비를 비롯해 부족한 부분은 회원들이 충당하고 있다. 이씨는 "마음이 맞는 사람 14명이 모여 도배, 전기공사, 수도·싱크대 보수 등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로 집수리를 해주고 있다"며 "수리된 집을 보고 환해진 노인분들의 얼굴을 잊을 수 없어 계속 한다"고 말했다.

이씨 부부는 2009년부터 매달 셋째 금·토요일 식당에서 고기 식사를 무료로 대접하는 봉사도 했다. 치아가 안 좋은 노인들을 위해 불고기를 물렁물렁하게 익혀 대접했다. 매주 20여명씩 찾아와 고기를 먹고 갔다. 그러나 고기 대접은 지난 지방선거 때 구의원·시의원 후보들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생색만 내며 이용하려 해서 그만뒀다고 한다. 이씨는 "그렇게 찾아오는 사람들이 어르신들을 위해서는 고기 한 점 안 사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씨의 부인 노미향(52)씨는 26세 때부터 고아 삼남매를 5년간 돌본 일을 계기로 봉사활동에 나서게 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에 장학금도 내고 있다. 에어컨 설비업자인 봉사단원 김도준(42)씨는 "처음엔 내가 먹고살기 힘든데 무슨 봉사냐는 말도 많이 했는데 자식들에게 본보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 다들 앞다퉈 나온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