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汎)금호그룹의 ‘모태기업’인 금호고속이 2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나온다. 되찾겠다는 의지가 강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가격이 너무 높게 형성되는 상황을 우려한다.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시장성’을 고려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형제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은 상표권 등을 놓고 법적 분쟁 중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 최대주주인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펀드(PEF)가 매각 작업을 준비 중”이라며 “우선매수청구권(같은 조건이면 먼저 사들일 수 있는 권리)을 가진 금호터미널은 금호고속을 되찾아올 자금을 충분히 확보해 놓은 상태”라고 3일 밝혔다. 금호고속이 매각될 때 설정된 2년간의 매각제한은 오는 9일 풀린다.
금호터미널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금호터미널은 PEF 지분 30%도 보유하고 있다. 금호터미널이 보유한 현금은 지난해 말 기준 3300억원 수준이다.
금호고속은 2012년 8월 구조조정 과정에서 떨어져 나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은 당시 금호고속 지분 전부를 서울고속버스터미널·대우건설 지분(각 38.7%, 12.3%)과 묶어 팔았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대우건설이 팔리지 않자 울며 겨자 먹기로 국내 1위 고속버스 기업인 금호고속을 끼워 판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고속에 애착을 갖는 건 사업성보다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룹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은 1946년 광주에서 택시사업으로 출발해 48년 광주여객자동차를 세웠다. 이 회사가 금호고속의 전신이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 6월 아버지 박인천 회장 추모식에서 제2창업을 강조하며 금호고속 재인수 의지를 강조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우리는 금호고속을 바탕으로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애정이 남다르다”며 “금호고속이 빠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시장에서는 적게는 6000억원에서 많게는 8000억원 이상 호가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매년 수백억원의 현금 이익을 창출하는 데다 안정성까지 보장된 사업이라는 게 이유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터무니없이 높다는 입장이다. 고속철도가 확대되면서 고속버스 수요는 꾸준히 감소세인 데다 올해는 호남고속철 완공이 예정돼 있다.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는 “가치는 실적과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재무제표의 숫자만 봤을 때 6000억원 이상은 너무 높고, 경쟁이 붙으면 4000억∼5000억원은 가능할 듯도 하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인수가격으로 2000억∼3000억원 수준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도 입찰가격이 너무 높아지는 데 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년 전 PEF로 넘어갈 당시의 저가 매각 이슈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PEF는 3300억원에 금호고속을 사들였다.
한편 금호석유화학그룹이 금호고속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마음 같아선 인수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금호고속, 돌고돌아 2년만에 다시 매물로… 아시아나그룹 품으로 U턴하나
입력 2014-08-04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