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야만적 폭력’ 갈수록 음성화 돼간다

입력 2014-08-04 03:42
국방부가 구타와 가혹행위 등 고질적인 군내 폭력을 종식시키기 위해 본격적인 노력을 기울인 지 25년이 돼가지만 결국 아무것도 개선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기간 지난 4월 7일 경기도 연천 28사단 포병연대 의무반에서 발생한 윤모(21) 일병 사망 사건에서 보듯 야만적 폭행이 몇 달간 지속돼도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을 정도로 군내 폭력은 점점 더 음성화돼 왔다. 특히 폭행이 일어나도 다들 쉬쉬하는 등 피해자를 제외한 나머지 병사들의 조직적 은폐도 만연돼 있다.

군이 윤 일병 사건이 벌어진 지난 4월 한 달간 육군 전 부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려 3900여명이 가혹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부대나 개인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군대 전체의 병영문화에 심각한 병폐가 있음을 보여준다.

군이 구타·가혹행위 등을 근절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한 것은 군내 민주화 요구가 거세지기 시작한 1990년부터다. 군은 99년 신병영문화 창달방안, 2001년 성범죄 방지대책, 2003년 폭행 등 사고예방 종합대책을 잇따라 마련했다.

하지만 숱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군 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3일 "군내 폭행 사건이 생길 때마다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매번 땜질식 졸속 대응책이어서 뿌리 깊은 병폐를 도려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몇 차례 대책이 나온 이후인 2005년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는 온 국민을 경악케 한 '인분사건'이 터졌다. 훈련소 중대장은 화장실이 더럽다며 중대원 192명에게 인분 묻은 손을 입에 넣도록 했다. 직후 군은 민·관·군 합동의 '병영문화개선대책위원회'를 구성해 32개 개선 과제를 만들어냈으며 2007년에는 "존중과 배려의 선진 병영문화가 조기 정착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2011년 해병대에서 선임들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한 병사가 수류탄을 투척해 4명이 사망하는 등 구타는 끊이지 않았다. 올 들어 발생한 강원도 22사단 최전방 일반소초(GOP) 총기 사건이나 윤 일병 사망 사건도 전근대적인 병영 행태가 빚은 참사다.

군 인권 전문가들은 대책이 병사의 시각이 배제된 채 지휘관 중심으로 마련돼 현실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한다. 군 수뇌부가 말단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르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병영인권연대 정영재 대표는 "군내 폭력은 전투력을 훼손하는 중대 범죄인데도 군 수뇌부의 인식은 여전히 안이하다"며 "병영문화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