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태권도, 중국의 쿵푸, 일본의 가라테, 태국의 무에타이 등 아시아의 전통 무술 가운데 올림픽 종목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것은 태권도뿐이다. 하지만 문화콘텐츠 활용도를 봤을 때 태권도는 다른 무술에 비해 낮은 편이다.
아시아의 전통 무술 가운데 문화콘텐츠로서 가장 각광을 받는 것은 쿵푸다. 쿵푸는 20세기 아시아 영화의 맹주로 군림했던 홍콩 영화의 단골 소재로 활용되며 일반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 미국과 홍콩을 오가며 활약한 이소룡 덕분에 전 세계에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아뵤∼”를 외치며 엄지손가락을 코에 가져가는 이소룡 특유의 동작은 수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영화와 CF 등에서 패러디될 정도다.
이후에도 성룡, 이연걸 등 쿵푸 출신 스타들이 영화계에서 활약하면서 쿵푸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기 있는 컨텐츠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그리고 21세기 들어 리안 감독의 영화 ‘와호장룡’은 쿵푸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켰으며 드림웍스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 1·2는 어린이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특히 ‘쿵푸 팬더’의 주인공인 팬더 포를 비롯해 영화 속 캐릭터들은 다양한 문화상품으로 반복 재생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콘텐츠로서 쿵푸의 힘을 실감한 중국 정부는 최근 쿵푸 관련 영화, 애니메이션, 공연, 캐릭터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내년에 개봉될 ‘쿵푸 팬더’ 3의 경우 드림웍스가 중국의 국영회사인 상하이미디어그룹이나 국영 사모펀드와 합작한 회사인 오리엔탈 드림웍스를 통해 제작되고 있다.
일본의 가라테는 문화콘텐츠 활용 면에서 쿵푸보다 낮긴 하지만 꽤 입지를 구축한 편이다. 척 노리스, 스티븐 시걸, 패트 모리타 등 한때 할리우드를 풍미한 B급 액션영화의 주인공들이 가라테 선수 출신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가라테와 함께 사무라이, 닌자 등의 스토리와 캐릭터가 수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 만화 등을 통해 전 세계에서 소비되고 있다. 태국의 무에타이 역시 마니아층이 상당해서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제작된 액션영화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에 비해 태권도가 아직 콘텐츠로서 확고히 자리 잡지 못한 것은 그동안 스토리텔링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정림 태권도진흥재단 이사는 “쿵푸의 경우 오랜 역사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와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에 재가공이 쉬운 편”이라면서 “태권도의 경우 전통적인 택견에서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1955년 명칭이 제정되는 등 역사가 짧은 만큼 스토리텔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금 시대에 맞는 다양한 태권도 스토리텔링이 콘텐츠로서 성공하는 지름길이란 지적이다.
장지영 기자
이소룡 덕분에… 中 쿵푸, 홍콩 영화 소재로 각광
입력 2014-08-05 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