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리베이트를 주고받을 경우 제약사와 의·약사를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가 도입되자 오히려 그 틈을 노려 리베이트를 ‘공격적으로’ 살포한 ‘간 큰’ 제약사가 검찰에 적발됐다. 이 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병원은 전국에 300개가 넘는다. 의·약사 200여명도 무더기로 처벌받게 됐다.
서울서부지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단장 이성희 형사2부장)은 의·약사 등에게 수십억원대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CMG제약(구 스카이뉴팜)을 기소하고 전 영업본부장 김모(55)씨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또 CMG제약에서 최대 750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의료법 위반)로 서울 A종합병원 의사 양모(35)씨를 구속하고 의·약사 3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리베이트 금액이 적어 기소되지 않은 의사와 약사 182명에 대해선 면허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보건복지부에 의뢰했다.
CMG제약은 전국 379개 병·의원 소속 의·약사에게 자사 의약품 처방을 청탁하고 그 대가로 15억6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CMG제약은 쌍벌제가 시행된 뒤 처벌을 두려워한 경쟁 제약사들이 리베이트를 줄일 것으로 보고 오히려 더 공격적인 ‘리베이트 마케팅’을 벌였다. 영업사원들에게는 제품 수금액의 최대 41%를 판촉비로 지원했고 이 중 일부가 리베이트 제공 비용으로 사용됐다. 1만원짜리 의약품을 병원 한 곳에 납품하면 영업사원이 4100원을 판촉비로 지급받아 일부는 의사에게 주고 나머지를 영업 수익으로 챙기도록 한 것이다.
이 회사는 2011년에도 거래처 의·약사에게 현금과 상품권을 제공하다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심지어 공정위 조사와 과징금 부과가 이뤄지던 중에도 리베이트 영업을 계속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적발된 의·약사들은 적게는 340만원에서 많게는 7500만원까지 받아 챙겼다. 검찰은 2010년 11월 쌍벌제 도입 이후 관행적으로 300만원 미만 리베이트 수수자는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을 의뢰하지 않았다. 이 경우 복지부에서 행정처분 대신 ‘경고’만 받게 되며 50만원 미만일 때는 경고조차 받지 않는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의·약사들이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을 피하기 위해 리베이트 금액을 300만원 미만으로 ‘합의’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앞으로는 처벌 기준을 대폭 상향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민 황인호 기자 suminism@kmib.co.kr
쌍벌제 비웃듯 불법 리베이트… 의·약사-제약사 법 무시
입력 2014-08-04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