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7일 발생한 경기도 연천 28사단 포병연대 의무반 윤모(21) 일병 사망 사건은 그동안 사라진 줄만 알았던 군내 구타와 가혹행위 등의 악습이 여전히 음지에서 자행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2014년 드러난 대한민국 군대의 추악한 민낯에 전 국민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윤 일병처럼 상급부대의 감시·감독이 소홀한 독립부대일수록 선임병의 폭력에 후임병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 “군내 폭력행위 만연”=군 인권단체 관계자는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은 상급부대의 감시·감독이 소홀한 일부 부대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건”이라면서 “그러나 드러나지 않았을 뿐 구타와 가혹행위는 군내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2년 발표한 ‘군복무 부적응자 인권상황 및 관리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군내에는 폭력행위가 만연해 있다. 조사에서 한 병사는 매일 반복되는 선임의 욕설과 폭행 때문에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병사는 “‘내리갈굼’이 가장 힘들며 성폭력도 당해봤다”고 진술했다. 내리갈굼이란 선임에서 비롯된 가혹행위가 후임으로 내려올수록 강도가 세지는 현상이다.
실제 국가인권위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접수한 군 관련 진정 사건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구타·가혹행위였으며 122건에 달했다. 폭언도 45건이었다. 군내 폭력은 우발적이고 일시적이기보다 윤 일병의 경우와 같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게 특징이다. 구타·가혹행위 122건 가운데 지속·반복적으로 발생한 사례가 절반을 넘었다.
사망 상태에 이를 수 있는 생명권 위협도 최근 5년간 56건이나 발생했다. 2011년 육군 모 사단에서는 자대배치 후 두 달 만에 이등병이 구타·가혹행위로 숨졌다. 같은 해 해군에서도 자원입대한 훈련병이 조교들의 언어폭력과 구타, 얼차려 등의 가혹행위 끝에 사망했다.
하지만 병사들은 폭력행위에 대해 주변에 알리기보다 혼자 참는 경우가 더 많았다. 소원수리 등 권리구제 요청을 한 경우가 106건이었으나 전혀 하지 않은 사례도 53건이나 됐다.
◇윤 일병 사건 전에도 해당 부대에서는 야만적인 가혹행위가 벌어졌다=사건이 발생한 28사단 의무반에서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전입 신병들에 대한 고문과 폭행 등이 자행돼 왔던 것으로 군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 드러났다. 군 검찰이 작성한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이모(26) 병장은 윤 일병의 전입 전 ‘막내’였던 이모(21) 일병에 대해서도 ‘큰 소리를 못 낸다’는 이유로 입에 치약을 짜 놓고 삼키게 하는 방법으로 치약 1통을 다 먹였다. 이 일병은 ‘목소리가 작고 대답을 못 한다’는 지적을 받고 침상에 누운 채 벌린 입에 물을 들이붓는 ‘물고문’ 형태의 가혹행위를 겪었다. 하모(23) 병장도 이 일병의 뺨을 5회 정도 때렸다.
지난해 말부터 4개월 이상 폭행 및 가혹행위가 이었던 셈이지만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간부는 말리기는커녕 신병 폭행에 가담했다. 의무지원관으로 의무반의 유일한 간부인 유모(23) 하사는 지난 3월 윤 일병이 ‘말을 못 알아듣는다’며 뺨을 2∼3회 때렸다. 4월에는 이 병장이 ‘윤 일병 때문에 힘들다’고 하소연하자 전기스탠드로 방탄헬멧을 쓴 윤 일병의 머리를 내리쳤다. 군 검찰은 이 병장과 하 병장 외에 이모(21) 상병, 지모(21) 상병 등 4명을 상해치사와 공동폭행 및 폭행 등 혐의로 기소했다. 유 하사는 폭행 및 폭행방조 혐의로 기소됐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유동근 기자
[대한민국 병영 현실] ‘추악한 軍’… 야만적 폭력이 판치고 있다
입력 2014-08-04 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