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위기는 성장을 멈춰버린 리더십이 영향을 미쳤다. 새 리더십을 제시해야 할 486(4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은 성장을 거부하는 ‘피터팬 신드롬’에 빠져 있다. 손학규 상임고문이 지난달 31일 정계 은퇴를 선언하면서 세대교체론까지 나오고 있지만 486은 아직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당의 허리인 486세대는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젊은 피 수혈’ 전략에 따라 여의도에 대거 입성했다. 정치 입문 10년이 지났고 이미 재선·3선의원이 배출됐다. 하지만 이들은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참신함은 어느덧 사라졌고, 계파주의·패거리 문화만 남았다는 냉정한 비판까지 일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7·30재보선 서울 동작을 공천파동은 ‘486정치’의 민낯을 보여줬다. 486은 당초 안철수 전 공동대표 측근인 금태섭 전 대변인을 견제하기 위해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의 공천을 주장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전략공천하자 자기들끼리도 입장이 확 갈렸다. 허 전 위원장을 지지하는 정세균계 486과 기 전 부시장을 지지하는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486이 서로 맞서며 대립한 것이다.
486이 ‘올드보이론’을 내세우며 정동영 상임고문과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공천을 사실상 반대한 것도 뒷말을 낳았다. 자신들이 올드보이라고 딱지를 붙인 정치인에 비해 결코 개혁적이지 않았다는 역풍이 불었기 때문이다.
486은 여의도 입성 15년이 다 돼가지만 독자세력화해 지도자급 인사를 배출한 적이 없다. 2012년 민주통합당 한명숙·이해찬 대표 당시 임종석 사무총장, 이인영 우상호 강기정 최고의원이 배출됐지만 참모 역할을 했을 뿐이다. 이를 놓고 ‘숙주정치’ ‘하청정치’라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받는다. 시대를 선도할 의제를 던진 경우도 없다는 것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야당은 젊은 정치인들이 세대교체를 주장하면서 활력을 불어넣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0년대 ‘40대 기수론’을 내세우며 대통령 후보에 출마했고, 16대 국회에서는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이 민주당의 정풍운동을 주도하면서 인적쇄신을 이뤄냈다. 하지만 486은 아직까지 이런 혁신을 보여준 바 없다.
486은 재보선 이후 다시 목소리를 내고 있다. 486 초·재선이 주축을 이룬 ‘더 좋은 미래’는 4일 정기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3선 그룹이 중심이 된 ‘혁신모임’도 이번 주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상호 이인영 오영식 강기정 최재성 의원 등은 내년 전당대회 출마가 거론된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486은 철저한 자기반성 없인 새로운 리더그룹이 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486이라는 이름을 버려야 486 정치인이 산다”는 역설적 충고도 있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486·운동권·전대협을 내걸고 앞으로 더 정치를 한다면 국민들이 넌더리를 낼 것”이라며 “운동의 정치와 달리 제도정치에서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제 (486은) 새로운 비전과 이상으로 정치력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충고했다.
486정치인이 ‘선명성’에만 집착해 안철수로 상징되는 중도·온건파와 무조건 대립각을 세우는 것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486인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3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 구성을 위한 비상회의’에서 “안 전 대표의 새정치에 기대를 걸었던 시민들은 선거에 졌다고 그를 비난하거나 버리기보다는 더 큰 격려를 해주기 바란다”며 “안 전 대표는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갖던 세력이 다시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한 큰 공이 있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야당 이대론 안된다-(중) 쳇바퀴 도는 자기 반성] 참신함 잃고 패거리 문화 안주
입력 2014-08-04 0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