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금요일 저녁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영화관 앞에 버스 한 대가 섰다. 이어 반소매 차림의 중장년 남성 40여명이 내렸다. 우리금융그룹 이순우 회장과 임원들이었다. 개봉 첫날 68만명을 동원한 영화 ‘명량’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이 행사는 함께 인기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 민영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이순신 장군의 기개를 본받아 잘 헤쳐나가자는 결의를 다지는 자리이기도 했다.
영화 속 가장 유명한 대사는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다. 이순신 장군은 절대적 해군력 열세에 선조가 전투를 포기하라고 만류했음에도 12척의 배를 가지고 330척에 달하는 왜군에 맞서 승리를 거뒀다. 이것이 명량대첩이다. 우리금융 관계자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이 그랬듯 민영화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있지만 최고경영자(CEO)를 필두로 전 임직원이 뭉쳐 현 상황을 잘 이겨내자는 취지로 이 회장이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소탈하기로 소문난 이 회장의 면모는 이번에도 드러났다. 영화 관람 전 임원들은 서민들이 찾는 종로구 예지동 광장시장의 한 순대국집에 몰려가 식사를 했다. 불경기에 무더위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인들을 위해서였다. 큰 도움은 아니더라도 이것이 우리은행의 고객을 섬기는 일이라는 이 회장의 지론 때문이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영화에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회장님 역시 어려울 때일수록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라고 강조했다”며 “혹여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어 이동 시 임원 모두 개인차를 이용하지 않고 회사 버스로 이동했다”고 귀띔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비즈카페] 영화 ‘명량’ 단체 관람한 우리금융
입력 2014-08-04 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