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컴퍼니 동원 뒷돈 수수… 공공기관 연구원들 비리

입력 2014-08-04 02:27
정보통신(IT) 관련 공공기관 연구원들이 수백억원대 정부출연금 지원 사업을 특정 업체들에 나눠주고 뒷돈을 챙겨 호화생활을 즐겼던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눈속임을 위해 뇌물 수수용 페이퍼컴퍼니까지 동원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문홍성)는 사업 수주 대가 등으로 IT 업체로부터 15억400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로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김모(38) 책임연구원과 신모(40) 수석연구원, 인천정보산업진흥원 이모(39) 부장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은 이들에게 돈을 건넨 조모(43) 대표 등 IT 업체 관계자 6명을 구속 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NIPA는 유망 IT 신기술인 ‘사물인터넷’ 사업 확산을 위해 2008년부터 매년 150억원가량의 정부출연금을 받아 민간 기업을 지원해 왔다. 사물인터넷은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물건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는 차세대 신성장 핵심 산업이다.

김씨 등은 2010년부터 최근까지 관련 사업의 기획부터 수행업체 선정, 감독까지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과정에서 업체와 짜고 뒷돈을 챙겨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해당 사업이 신기술인 탓에 용역이나 장비에 대한 기준 가격이 없는 점을 악용했다. 연구원들은 사업을 수행할 주관기업은 물론 하청업체 선정까지 개입하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들과 수행업체들은 사업계획서 작성 단계부터 사업비를 부풀려 서로 나눠가질 몫을 정했다. 김씨는 친척 명의로 유령업체를 설립한 뒤 하청을 가장해 용역 대금 명목으로 11억원대 뇌물을 받았다. 그는 정상적인 거래처럼 보이기 위해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주고 세금까지 납부했다. 연구원들은 사업별로 수천만∼수억원씩 뒷돈을 받아 아우디 재규어 인피니티 등 고급 외제 승용차를 몰고 다녔고 해외 골프여행도 수시로 다녔다고 한다.

수행업체들은 정부출연금을 사업과 관련 없는 공장 증축 등에 사용하기도 했지만 사업비 심사 과정이나 사후 정산 과정에서 한 번도 적발되지 않았다. NIPA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7월 뒤늦게 ‘반부패윤리경영TF팀’을 구성해 진상조사에 나섰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미래부 산하 다른 공공기관 연구원들의 금품수수 및 정부출연금 횡령 비리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부출연금의 종착지는 비리 연구원이었다”며 “김씨 등이 받은 범죄수익금 전액을 환수하겠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