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나 범죄로부터 안전하지 못한 동네에선 주민 건강도 나빠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는 곳이 불안하다고 느낄수록 실제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사회 전반에 안전 불안감이 고조된 터에 안전과 건강의 상관관계를 밝혀낸 연구여서 주목된다.
고려대 보건행정학과 김승섭 교수가 주도한 ‘안전과 건강 연구팀’은 2008년 서울시 복지패널조사를 토대로 서울 25개 구의 지역사회 안전 인식과 주민들이 스스로 평가한 건강지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우리 동네는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은 곳일수록 ‘나는 건강하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많았다. 사는 곳이 불안할수록 사람들의 주관적 건강상태도 나쁘게 나타난 것이다.
김 교수는 3일 “‘안전하다’는 주민 비율이 8% 높아지면 ‘나는 건강하지 못하다’는 주민 비율은 14% 낮아진다”며 “이는 주민의 안전 체감도가 건강 체감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구별 범죄율과 응답 주민 7761명의 성별, 연령, 직업, 소득 등을 충분히 감안해 분석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거주지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은 만성적 스트레스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해 주민 건강을 악화시키고 주민들 사이의 ‘사회적 지지’를 약화시켜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대형 사고와 재해, 흉악범죄 같은 안전 문제가 국민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대책 마련과 함께 건강과 직결되는 지역주민 안전 체감도 개선을 위해 정책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 의학 전문학술지 ‘BMJ(British Medical Journal)’ 온라인판 최신호에 실렸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동네 치안 불안할수록 주민 건강에도 악영향
입력 2014-08-04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