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이대론 안된다-(중)] 임기 6개월 이상… 새정치연합, 막강 혁신 비대위 뜬다

입력 2014-08-04 02:54

7·30재보선 충격 패배에 휩싸인 새정치민주연합이 4일 의원총회를 열고 혁신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전망이다. 혁신 비대위는 내년 1∼3월 열리는 전당대회까지 임기 6개월 이상의 사실상 당권을 행사할 수 있다. 비대위는 지역위원장 인선, 혁신과제 추진, 당 진로 설정 등 수렁에 빠진 제1야당을 건져 올리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됐다.

◇임기 최소 6개월의 막강 혁신 비대위=박영선 대표 직무대행이 주말 사이 ‘단계별 비상회의’를 통해 당내 의견을 수렴한 결과 관리형이 아닌 혁신 비대위를 꾸리자는 의견이 많았다. 2일에는 초·재선 의원, 3일에는 시·도지사 및 시·도당 위원장 등과 회동했다.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만큼 차기 지도부로 혁신과제를 넘기는 관리형보다는 당장 혁신 비대위 주도로 뼈를 깎는 쇄신작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 비대위는 이전 비대위와 비교할 때 권한과 책임이 크다. 새로 출범하는 혁신 비대위는 지난해 5·4전당대회로 임기를 마쳤던 ‘문희상 비대위’ 이후 약 1년3개월 만이다. 대선 패배 직후 만들었던 비대위가 다시 등장하는 것이다. 문희상 비대위는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해 4개월간 활동한 관리형 비대위였다. 당시 대선평가위원회와 정치혁신위원회 등을 만들었으나 김한길 대표 체제에서 실천된 것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번에 만들어지는 혁신 비대위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그동안 공석이었던 지역위원장을 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당권을 쥔 것과 다름없다. 지역위원장 및 중앙위원회 구성은 당내 세력지도를 재편하는 일이다. 임기가 4개월에 불과했던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 체제는 재보선 이후 조강특위를 손대려 했으나 기회를 얻지 못했다.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는 혁신과제=비대위 성격이 가닥을 잡으면서 비대위의 역할, 즉 혁신과제 선정이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조강특위는 내부 투쟁 성격이 강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혁신하느냐는 당의 미래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우선 당권 및 대권을 둘러싼 고질적인 계파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이 요구된다. 계파 간 이해관계 및 상황에 따라 각종 룰이 손바닥 뒤집히듯 바뀌는 경우가 많아 공천파동이나 경선 룰 갈등으로 이어져 자멸한 사례가 발생했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예측 가능성이라는 말이 5개 단위별 비상회의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며 “예측 가능한 시스템, 안정성, 민주성, 공정성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전했다.

민평련 의장인 3선의 최규성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재보선에서 공천 문제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지역위원장을 임명해야 한다”며 “당 내부의 민주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친노무현계인 전해철 의원은 “당원 구조나 민주적 의사결정구조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며 이를 시스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면서 ‘막장’에 와 있다”며 “실현가능한 혁신안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광역·기초단체장, 시·도의회 의장, 시·도당위원장 비상회의에서는 분권형 정당으로 개혁하고 민생중심 정치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새정치연합이 안 전 대표 세력을 조강특위 및 혁신과제 추진 등에서 어떻게 통합해낼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라는 지적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