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에볼라 공포’가 아직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우리나라를 휘감고 있습니다. 제2차 차세대 여성 글로벌 파트너십 세계대회를 유치한 덕성여대가 공포의 발원지입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강타한 서아프리카 출신 참가자들이 방한할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인터넷에는 대회 취소 여론이 불거졌습니다.
3일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자신을 덕성여대 재학생이라고 소개한 황모(19)씨 글이 네티즌의 논쟁으로 이어졌습니다. 황씨는 4∼15일 아시아·아프리카 등 32개국 대학생 500여명이 참가하는 이 대회를 국가가 나서서 취소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황씨는 “학교 측에서 발병자가 있는 나이지리아 측에 참가 취소를 통보했다. 질병관리본부와 인천국제공항에도 (입국을 불허해야 할) 참가자 명단을 보냈다”면서도 “하지만 대회가 취소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유엔 여성기구·여성가족부와 공동 주최한 대회여서 취소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회를 취소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인터넷 청원 게시판인 아고라에서도 지난 2일부터 대회 취소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하루를 넘긴 이날까지 2만여명이 서명했습니다.
네티즌들은 “행사를 전면 취소하라” “국민의 생명보다 체면이 더 중요한가” “에볼라 바이러스의 치사율이 얼마나 높은데 심각성을 모르는 것인가” “사망자가 나온 뒤에서야 후회할 건가”라며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거센 반발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90%에 달합니다. 최근에는 치사율이 70% 수준으로 내려갔지만 여전히 높습니다. 치료나 예방을 위한 백신도 없으니 정말 무시무시합니다.
바이러스의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게 네티즌들의 주장입니다. 굿뉴스의료봉사회도 최근 서아프리카 방문 계획을 취소했습니다. 정부로부터 출·입국 금지 조치가 나오지 않았지만 여론의 우려를 받아들인 겁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서아프리카 출신 대학생들의 입국을 무조건 금지하고 행사 취소를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학교 측이 서아프리카 출신 대학생의 참가 제한을 요청했고 공항과 방역 당국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상황에서 대회를 취소할 필요는 없다는 반박입니다. 아프리카 출신 대학생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번 대회는 최근 아프리카 국가들의 여성 차별이 글로벌 이슈인 가운데 여성 문제를 함께 짚어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이 같은 좋은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우리 국민의 안전도 확보해야 하니 정부든 학교든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
[친절한 쿡기자] 국내까지 번진 에볼라 공포 “국제행사 취소하라” 반대 확산
입력 2014-08-04 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