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치명적인 에볼라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긴급회의를 소집해 비상사태 선포 여부를 논의키로 했다. 미국이 서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활동 중 에볼라에 감염된 자국민을 사상 처음으로 본토로 데려와 격리 치료하면서 미국 내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4일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마련키로 했다.
WHO는 오는 6일 긴급회의를 개최해 에볼라 확산의 영향을 따져보고 '세계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AP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적 비상사태는 질병의 심각한 확산으로 공중보건상 위험이 급증해 국제적 대응이 필요할 때 선포된다.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은 "에볼라를 막지 못하면 대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라이베리아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인 의사 켄트 브랜틀리(33) 박사는 2일 특수 전세기편으로 미국에 도착했다. 그는 조지아주 애틀란타 에모리대 병원 격리치료병동에 수용됐다. 함께 봉사활동을 하다 감염된 낸시 라이트볼(60·여)도 며칠 뒤 같은 병원에 수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에볼라가 미국에도 퍼질 것"이라며 환자 이송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의료진은 미국에 어떤 피해도 주지 않고 치료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민심은 흉흉하다.
미국 내 우려가 커지는 것은 1995년에 개봉된 영화 '아웃브레이크(Outbreak)'와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숙주가 된 원숭이가 미국으로 수입돼 사망자가 속출한다는 내용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숙주가 원숭이에서 사람으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에볼라 환자의 미국 입국을 막아야 한다. 환자들은 현지에서 최선을 다해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언론들은 진정 분위기를 유도하고 나섰다. AP통신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치사율이 당초 알려진 90%가 아닌 70%이며, 공기가 아닌 체액을 통해 감염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중동 최대 항공사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에미리트항공은 항공편을 이용한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해 에볼라 발병국인 기니에 대해 항공편 운항을 무기한 중단했다.
에볼라 치료약 개발 실패가 관련 투자를 외면하는 제약업계의 도덕적 파탄 때문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존 애슈턴 영국 공중보건전문가기구(FPH) 회장은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기고문에 "제약사들이 에볼라 바이러스는 힘없는 아프리카의 소수의 사람들 문제라며 투자를 안 한다"며 "서방은 에볼라가 런던 최고 부자 동네에서 발생한 것처럼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우리 정부는 외교부와 보건복지부 등 관련부처 긴급회의를 개최한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또 에볼라 발병 지역을 다녀온 여행객 중 의심 증상이 나타날 경우 입국을 연기해 달라고 권고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공항 내 열감지 카메라로 해당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우리 재외동포는 지난 4월 말 현재 시에라리온에 73명, 기니 50명, 라이베리아에 47명이 머물고 있다.
이제훈 기자 parti88@kmib.co.kr
전 세계 에볼라 확산 공포… WHO 비상사태 선포 논의
입력 2014-08-04 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