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각급 학교의 운영비를 삭감했다. 고교생의 학업성취도를 가늠해보는 전국연합학력평가도 예산이 없어 치르지 못하게 됐다. 교육재정 부족 사태에도 교육감 공약 사안에는 아낌없이 예산을 투입하고 일선 학교에 희생을 강요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3일 “심각한 재정난으로 올 초 통보한 예산안에서 학교운영비를 감액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최근 발송했다”고 밝혔다. 공문은 사립고를 제외한 각급 학교에 내려갔으며 조만간 사립고에도 같은 내용의 공문이 발송될 예정이다. 학교당 평균 500만원 정도 삭감됐지만 규모에 따라 수천만원이 깎인 곳도 있다.
학교운영비가 줄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학교들은 대부분 올 1월 시교육청이 통보한 운영비 교부계획에 맞춰 각종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그동안 진행하거나 계획해 온 교육 프로그램은 갑자기 취소하기 어렵다. 시설관리·유지·공사, 냉난방비 등 학생 안전과 복지에 관련된 예산이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앞서 시교육청은 고교 1·2학년을 대상으로 9월 치를 예정이던 학력평가도 예산 사정으로 시행되지 못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대신 11월 평가는 추경예산을 확보해 치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재정난에도 시교육청은 조희연 교육감의 공약 관련 정책에는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조 교육감은 올 하반기에만 혁신학교 10곳을 추가 지정할 계획이다. 한해 15억원의 지원금이 추가로 소요될 전망이다. 자율형 사립고(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하면 5년간 최대 14억원을 지원하겠다는 ‘당근책’도 제시했으며, 일반고 지원 예산을 증액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경기 침체로 교부금이 줄어 내년에는 재정 여건이 더욱 악화될 전망인데 예산으로 갈등을 완화해보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무리하게 공약을 관철시키려다 보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서울시교육청의 두 얼굴… 자사고 대책 ‘펑펑’ 학교 운영비는 ‘싹둑’
입력 2014-08-04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