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가 육군 28사단에서 발생한 집단폭행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강하게 질책했다. 7·30재보선 압승 이후 ‘할 말은 하는’ 강한 여당 체제가 본격 가동됐다는 관측이다.
김 대표는 3일 한 장관을 불러들여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탁자까지 내려치며 호통을 쳤다. 그는 “대한민국 청년이 국방 의무를 수행하러 군에 갔다가 천인공노할 일을 당했다”며 “분명한 살인 사건”이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며 “장관은 자식도 없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왜 이것을 은폐하려 하느냐. 왜 이것을 쉬쉬 덮으려고 그러느냐”고 군의 은폐 의혹까지 제기했다. 한 장관이 “그런(은폐)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라며 해명에 나서자 “이런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는데 문책 범위가 이것밖에 안 되느냐”고 따졌다. 그는 “내가 치가 떨려서 말이 제대로 안 나온다”고도 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군 기강이 풀어져 있으니까 이런 썩어빠진 행동들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군을 국민들이 믿을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한 장관이 유감을 나타냈지만 이 최고위원은 한 장관을 쏘아보면서 “교과서 같은 얘기 하지 말라”고 일축했다.
김을동 최고위원은 지난 6월 22사단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등 최근 군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사고를 나열하면서 “군 기강이 총체적으로 해이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군 내부의 문제로 국가가 무너진 경우를 많이 봐 왔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간담회에는 군 장성 출신 의원들도 참석해 거들었다. 국회 국방위원장 황진하 의원은 “군복을 벗겠다는 각오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방위 여당 간사인 김성찬 의원은 “정말 정신 나간 군대다. 군 지휘부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매우 유감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거듭 사과했다. 또 “(사망한) 윤모 일병을 부모님께 건강하게 돌려보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병영이 장병 개개인 인격이 보장되고 인권이 존중되는 인권 모범지대가 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군은 간담회 비공개 부분에서 사망 사건 전모와 오는 6일 발족하는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 운영 방안 등 향후 대책을 보고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대한민국 병영 현실] “윤 일병 사망 분명한 살인 사건”… 김무성, 국방장관 불러 호통
입력 2014-08-04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