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영화 ‘라붐’을 통해 일명 ‘헤드폰 소녀’(왼쪽 사진)라 불리며 청춘의 아이콘으로 군림했던 프랑스 국민여배우 소피 마르소(48). 할리우드 스타 브룩 쉴즈, 피비 케이츠와 함께 80∼90년대 남학생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원조 ‘책받침 여왕’이다. 고전이 된 ‘라붐’에서 마르소가 끼고 있던 헤드폰 장면은 30년이 지나 한국 영화 ‘써니’(2011)에서 심은경이 패러디하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어떤 만남’은 여전히 아름다운 마르소(오른쪽 사진)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영화다. 그는 ‘라붐’ 이후 ‘브레이브 하트’ ‘안나 카레니나’ ‘007 언리미티드’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40여 편에 출연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유명 소설가 엘자 역을 맡은 ‘어떤 만남’에서는 우아하면서도 사랑스런 캐릭터를 선보여 ‘마르소의 화려한 귀환’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마르소는 일에 대한 열정과 완벽한 커리어, 연하의 연인까지 두고 있지만 문득문득 밀려오는 공허함까지 막을 수는 없는 중년 여인 엘자를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엘자는 자신의 책 출판 기념 북페어에서 우연히 만난 변호사 피에르에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을 느낀다. 마르소는 이 대목에서도 선뜻 다가가지도 못하고 속만 태우는 모습을 잘 보여줬다.
두 사람의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인연을 지켜보는 게 이 영화의 재미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건 파리의 ‘밤과 음악사이’에 해당할 법한 클럽에서다. 함께 춤을 추며 마음을 확인하는 부분은 ‘라붐’의 헤드폰 장면을 연상시킨다. ‘라붐’의 주인공 소녀가 중년이 됐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댄스 장면에서는 수줍음보다는 노련함이 엿보인다.
누구나 꿈꾸는 여행의 도시 파리와 런던에서 펼쳐지는 운명 같은 로맨스가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친구의 생일 파티에서 다시 만나 대화를 주고받는 엘자와 피에르의 배경으로 깔린 에펠탑 풍경이 한 편의 화보를 보는 듯하다. ‘언터처블: 1%의 우정’에서 전신마비 백만장자 역으로 인상을 남긴 프랑스 국민배우 프랑수아 클루제와의 호흡도 잘 어울린다. 81분. 청소년관람불가.
이광형 선임기자
여전히 가슴 설레게 하는 그녀… 영화 ‘어떤 만남’서 그 때 그 모습 소피 마르소 ‘화려한 귀환’
입력 2014-08-05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