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향응 수수 사실이 적발된 청와대 전 행정관이 원 소속 부처로 복귀한 뒤 아무런 징계 없이 퇴직하고 최근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승인을 받아 대형 로펌에 취업했다고 한다. 이 행정관은 지난해 11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에서 기업으로부터 금품과 향응, 골프 접대를 받은 혐의가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로 복귀 조치됐고 곧바로 사표를 제출했다. 비위를 저질렀는데 징계도 하지 않고 사표를 수리한 공정위도 문제지만 비위 공무원까지 감싸는 공직자윤리위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현행 공직자윤리법과 부패방지법은 금품수수 등 비위로 면직된 공직자에 대해 공공기관에 5년간 취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면직’ 징계는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비위를 저지른 공직자의 재취업을 승인해준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공정위 과장이 업계 방패 노릇을 하는 로펌에 취업한 것도 문제다. 공정위는 기업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경제검찰’로 불린다. 공정위 출신들을 로펌이 모셔가는 것은 현직 공무원들과의 관계를 이용해 과징금을 줄이거나 기업 조사를 막아 달라는 ‘보험용’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엄격한 취업 심사를 통해 민·관 유착을 막아야 할 공직자윤리위가 오히려 관피아 독버섯을 키우는 백수 공직자들의 취업알선 창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세월호 참사 원인 중 하나로 민·관 유착 고리인 관피아 문제가 지적되면서 대통령까지 나서서 관피아 척결을 강조했다. 그런데도 올 들어 공직자윤리위의 취업 승인율은 85%에 이른다. 최근에도 전직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 고위 공직자들이 대거 대기업과 로펌행 승인을 받았다.
전·현직 공무원이 대거 포진한 공직자윤리위를 이해관계가 없는 민간인들로 바꾸지 않고는 공무원들끼리 제 식구 봐주는 적폐를 뿌리뽑기 어렵다. 윤리위 심사위원 명단도 공개해 투명한 심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국회에는 퇴직 공무원들의 연관 분야 민간기업 재취업을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관피아 방지법)이 계류돼 있다. 법안 처리도 서둘러야 한다.
[사설] 비위 공무원 재취업도 눈 감은 공직자윤리위
입력 2014-08-04 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