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병영문화 혁신, 전투력 훼손 막을 의식교육부터

입력 2014-08-04 02:20
아직도 이런 군대가 있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육군 28사단 포병연대 윤모(23) 일병이 선임병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가혹행위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입대한 윤 일병은 의무병으로 배치된 3월 3일부터 숨진 4월 6일까지 선임병사 4명으로부터 매일같이 구타를 당했다. 윤 일병은 선임병이 뱉어놓은 가래침까지 핥아먹어야 했는가 하면 기력이 없을 때는 링거 주사를 맞은 뒤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이 “가해자들을 살인죄로 처벌하라”고 요구하는 등 온 국민이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입영 예정자들과 가족들은 “이런 군에 어떻게 입대하겠느냐”고 반문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긴급 최고위원회 간담회에 한민구 국방장관을 불러 “왜 이것을 은폐하려고 하느냐”며 “치가 떨려서 말이 안나온다”고 질책했다.

육군은 사건 진상을 축소하려다 허둥거리는 모습이다. 최근 취임한 한 장관은 “우리 군은 현재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다”며 “강력한 국방혁신 없이는 국민들의 군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강조했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당초 단순 폭행으로 알려졌지만 군 인권센터가 관련 수사기록을 지난달 31일 공개하면서 집단적인 가혹행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그러지 않았다면 윤 일병에게 기마자세로 얼차려를 시킨 뒤 잠을 안 재웠다거나 성기에 ‘안티푸라민’을 발라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성추행까지 했던 일이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국방부는 철저한 감찰을 통해 사건 축소와 관련된 책임자들을 문책해야 한다.

군 인권센터도 와해된 군 조직을 다시 살린다는 각오로 이번 사건 전모를 샅샅이 공개해야 한다. 군 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이미 “육군의 발표 내용은 모두 거짓말”이라며 “수사 기록을 모두 공개할 수도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군대 내 구타나 가혹행위는 군의 단결과 전투력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군대 내 인권침해에 대한 대책은 핵심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다. 군이 실시한 군 부적응 병사 실태에 관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인권침해에 대한 부대 조치는 비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가혹행위 적발과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한 장관은 이번 사건이 터지자 민관군이 참여하는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장병들의 의식 개혁을 먼저 이뤄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혹행위가 군 조직을 근본에서부터 흔들 수 있다는 점을 철저히 인식시키는 교육을 전 장병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의식 전환이 선행되지 않으면 심각한 가혹행위를 장난처럼 저지르는 병사들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