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마침내 ‘검은 대륙’에 본격적인 구애를 시작했다. 4∼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는 50여 아프리카 국가 정상이 참석하는 ‘미·아프리카 정상회의(US-Africa Leaders Summit)’가 열린다. 미국이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대상으로 대규모 정상회의를 갖는 것은 처음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아프리카에 대한 관여(engagement)를 시작한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관심에는 아프리카의 강한 경제적 잠재력이 자리 잡고 있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2012년 6.5%, 지난해 4.8%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에이즈(AIDS)와 가난’이라는 수식어는 옛말이 됐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아프리카에서 아시아와 같은 ‘경제성장 신화’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회의의 최우선 의제도 경제 이슈가 될 전망이다. 제1회 미·아프리카 정상회의의 주제가 ‘차세대 투자(Investing in the Next Generation)’인 데서도 잘 드러난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일방적인 경제 원조를 확대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1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그들과 비즈니스를 하려 한다”고 했다. 농업과 전력 등 아프리카가 당면한 난제 해결에 도움을 주면서 무역 및 투자를 활성화하는 문제가 집중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열리는 ‘미·아프리카 비즈니스 포럼’에는 200여 양측 기업이 참가할 예정이다.
안보 이슈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지역의 안정 없이는 민주화는 물론이고 기본적인 투자나 개발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게 미국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남수단 나이지리아 소말리아를 비롯한 상당수 국가는 내전 등으로 정정이 극히 불안하며 이는 경제개발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아프리카 정상들은 평화와 지역 안정 대책을 심도 있게 논의키로 했다.
이번 회의는 미국이 중국을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 소련 붕괴와 함께 냉전구도가 와해되면서 미국은 전략적 중요성이 떨어진 아프리카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반면 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검은 대륙을 무한한 경제적 잠재력을 가진 시장으로 인식하고 막대한 투자와 원조를 무기로 공을 들였다. 근래에는 유럽 일본 브라질도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에 뛰어들고 있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 평화연구소(USIP) 강연에서 “우리는 아프리카를 자원을 빼먹기 위한 파이프라인이나 우리가 일방적으로 자선을 베푸는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아프리카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역동적인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아프리카 접근법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50여개국 정상 워싱턴 초청… 美 ‘아프리카 베팅’
입력 2014-08-04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