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팀은 출범과 함께 가계소득 증대를 침체된 경기 활성화의 해법으로 내걸었다. 근로소득증대세제 기업소득환류세제 배당소득증대세제 등을 도입해 가계의 소득을 늘릴 방침이다. 가계소득이 늘어나면 소비가 늘어나면서 기업의 매출도 늘어나게 된다는 진단에서다. 이웃 일본의 아베노믹스와 닮은꼴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의 주요 기업에 노골적으로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최경환 경제팀이 모델로 삼고 있는 아베노믹스 임금 인상 정책을 들여다보면 우리 경제의 향방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아베, 기업 팔 비틀어 2% 임금 인상=최근 일본 최대 노동조합 상급단체인 렌고(連合)가 산하 노조 보고를 정리한 올해 춘투(春鬪) 집계에 따르면 민간기업 평균 임금 인상률은 2.07%에 달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기업들에 임금 인상을 이끌어낸 영향이 크다.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소비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아베 내각은 지난해 9월 노·사·정 회의를 구성하고 지속적으로 기업에 임금 인상을 독려했다. 저성장이 저물가와 저임금으로 이어지며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을 보낸 일본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의도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 부동산과 주식을 포함한 자산가격이 폭락, 부채 디플레이션에 빠지면서 20년째 장기 불황을 겪고 있다. 아베 총리는 “기업의 수익이 임금으로 이어지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 부 장관이 “가계소득과 기업소득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 소비와 투자를 늘리겠다”고 제시한 방향과 일치한다. 다만 아베노믹스는 직접적으로 기업에 임금 인상을 촉구했다면 최경환 경제팀은 세제를 통해 가계소득을 늘려나가겠다는 각론의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지난달 29일 일본 후생노동성 자문기관인 중앙최저임금심의회의 소위원회는 올해 최저임금의 전국 평균 목표액(인구 비례 평균)을 지난해보다 16엔 오른 780엔(약 786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오는 10월 무렵부터 적용된다. 임금 산정 기준을 일급에서 시급으로 바꾼 2002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이번 결정은 지속된 디플레이션을 극복하려는 아베 내각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경환 경제팀도 최저임금 인상을 고심했지만 이미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5580원·7.1% 인상)이 출범 직전 결정되는 바람에 포기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는 매년 최저임금을 올려 2017년까지 중위임금(근로자를 임금 수준대로 줄을 세워 한가운데 서는 사람이 받는 임금)의 50%로 높인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심리 효과 노리는 최경환=전국 평균 목표액 기준으로 일본의 전년 대비 최저임금 인상률은 2.1%로 지난 4월 인상된 소비세율 인상폭 3% 포인트(5→8%)에도 미치지 못해 서민들의 생활 부담을 해소하기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최저임금 인상폭이 소비세 부담 증가나 물가 상승을 따라잡기에는 부족한 데다 지역별 격차가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보듯 최근 일본 안팎에서 아베노믹스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무차별적으로 돈을 풀었지만 경제구조 개혁을 외면하면서 반짝 효과에 그쳤고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8일 일본의 대표적 보수지인 산케이신문 조사를 인용해 아베노믹스를 지지한 일본 국민의 비율이 40%, 반대한 비율이 47%라고 보도했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불신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내용이다. 기업 이익은 상승하고 실업률은 떨어졌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신경 쓰지 않으면서 실질임금은 전년보다 3.8%나 떨어졌고, 고용 창출의 상당 부분은 시간제와 임시직으로 충당됐다.
최경환 경제팀은 ‘경제는 심리’라는 점을 꿰뚫고 취임 초기 증시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나 ‘가계소득증대세제 3종 세트’가 실질적으로 가계소득, 특히 서민층의 소득 증대로 이어질 것이냐는 물음에는 의문부호가 달려있다. 아베 총리는 2%대의 임금 인상을 이끌어내고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세제 개편안 시행 이후인 내년 봄 임금 협상에서 근로자들이 얼마나 두둑해진 월급봉투를 받아들게 될지가 최경환호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월급봉투 채워준 아베… 심리부터 다독이는 최
입력 2014-08-05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