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지난 6월 말 학술부문 우수도서(세종도서) 336종을 선정했다. 세종도서는 정부가 우수 출판콘텐츠 보급 차원에서 부문별로 매년 한 차례 선정해 공공도서관과 복지시설에 보급하고 있는 사업이다.
이 중 기독교 분야 전문 서적은 ‘공감, 교회역사공부’(저자 임희국, 장로회신학대학교 출판부) 한 권 뿐이었다. 주최 측은 이 책에 대해 “한국 지역교회사에 대한 미시사적 연구를 집대성했으며 지역교회 연구 주제나 방법론적 모색은 거대담론에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교회사 연구의 새로운 시도”라고 평가했다. 또 “이 책이 기독교의 다양성과 정체성을 추구하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을 선정 사유로 내세웠다.
저자인 장로회신학대학교 임희국(교회사) 교수는 3일 “1980년대 후반 스위스 유학 도중 기독교가 유럽에서 쇠퇴하고 있는 것을 목격한 뒤 한국적·아시아적 기독교의 정체성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며 “이후 토착지역 교회사와 연합일치 운동사에 관심을 쏟게 됐다”고 집필 의도를 설명했다.
임 교수는 지역교회사를 쓰면서 안동 등 경북 북부지역을 중심에 뒀다. 유교문화가 강한 이 지역을 연구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뭘까.
임 교수는 “안동 등 경북 북부지역은 유림, 선비 문화가 강한 곳이지만 동시에 구한말 이후 기독교 선교 역시 뜨겁게 부흥했던 곳”이라며 “한국적 기독교를 연구하다 보니 조선시대의 전통·문화와 기독교 신앙이 섞여 있는 이곳을 주 연구 대상으로 했다”고 소개했다. 임 교수는 또 “당시 신사참배를 반대하고 훗날 장로교회 총회장이 되면서 안동지역 교회 부흥에 이바지한 이원영 목사가 유학계의 거두인 퇴계 이황의 14대손이란 점도 묘한 인연으로 작용하며 이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토착문화와 신흥종교(기독교)의 격돌과 조화의 역사를 통해 오늘날 한국교회를 둘러싼 각종 문제점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특히 임 교수는 지역교회사를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교회 일치·연합운동(에큐메니컬)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1945년 해방 전에는 한국교회가 하나됨을 통해 의학 교육 문화 등 다방면에서 공적인 책임을 다했다”면서 “산업화 과정을 통해 교회가 성장에 눈을 돌리면서 분열과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한국교회가 정의·평화·주권실현이라는 하나님 나라 건설에 소홀하고 있으며 다시 예전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과 통합 증경총회장들이 모임을 갖고 연합예배나 기도회를 열기로 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로가 차이를 인정하고 만나면 공유해야 할 공통점이 커지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과거 지역교회사를 집대성한 임 교수의 시선은 어느덧 미래교회의 역사로 향해 있다. 그는 성장과 경쟁이 아닌 생명 중심과 포용성이 미래교회의 바탕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여성(모성) 지도력을 주시하고 있다. 임 교수는 “한국교회는 여성의 적극적인 참여와 기도로 부흥했지만 기여도에 비해 여성의 역할은 평가절하됐다”며 “교회사를 연구하면서 향후 한국교회 신앙 및 신뢰 회복에는 여성의 배려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여성의 생명력을 바탕으로 한 교회 신앙의 역사를 살펴보는 ‘herstory(여성 시각으로 본 역사)’를 풀어나갈 계획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글·사진=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토착문화·기독교 조화의 역사에 한국교회 해법”
입력 2014-08-04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