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클래식과 무용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올여름, 한국의 대표적인 오케스트라들이 클래식의 본고장인 유럽 주요 음악회에서 관객을 만난다. 국립무용단은 내년 프랑스 투어를 떠난다. 개런티를 받고 가는 첫 해외무대다. 아직은 첫걸음을 내딛는 수준이지만, 클래식과 무용 한류의 붐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유럽 순회공연 가는 클래식=서울시립교향악단은 정명훈 예술감독의 지휘로 오는 21일부터 27일까지 유럽 4개국 주요 음악축제에 나선다. 핀란드 투르쿠·오스트리아 그라페네크·이탈리아 메라노 뮤직페스티벌, 영국 런던 BBC 프롬스 무대에 오른다. 메라노 페스티벌에서는 개막 연주를 맡았다.
BBC 프롬스 무대에 서는 것은 아시아 오케스트라로서는 2001년 일본 NHK심포니에 이어 두 번째다.
BBC 프롬스는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축제. 모든 공연이 BBC 라디오를 통해 영국 전역과 전 세계에 방송된다. 서울시향은 순회공연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라벨의 ‘라 발스’, 드뷔시의 ‘바다’ 등을 연주한다.
시향의 유럽투어는 의미가 남다르다. 최유진 홍보마케팅팀장은 “과거에는 일회성·무료공연이 대부분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현지 초청에 따른 유료·장기공연”이라고 말했다.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가 상임지휘자로 이끄는 수원시립교향악단은 9월 23일 메라노뮤직페스티벌 폐막 공연 무대에 오른다. 김 교수가 직접 피아노 연주까지 맡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하고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을 들려준다.
부천필은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도약하기 위해 유럽 투어를 자체적으로 기획했다. 일본을 제외한 해외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31일 체코 프라하를 시작으로 9월 2일 독일 뮌헨, 9월 4일 오스트리아 빈 무대에 선다. 25년간 상임지휘자로 부천필을 이끌다 지난 1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로 자리를 옮긴 임헌정이 계관지휘자로 지휘봉을 잡는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협연한다.
작곡가 전상직이 부천필을 위해 만든 ‘관현악을 위한 크레도’,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작품 35, 브람스 교향곡 4번 E단조 작품 98을 연주한다.
◇개런티 받고 프랑스 가는 무용=국립무용단은 내년 프랑스 투어를 시작으로 세계 무대에 본격 진출한다. 지난 4월 초연된 ‘회오리’(Vortex)가 내년 11월 20일 프랑스 칸 댄스 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초청돼 뤼미에르 극장에서 공연되는 것. ‘회오리’는 핀란드 출신 안무가 테로 사리넨이 안무한 작품으로, 국립무용단이 창단 52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 안무가와 협업해 만들었다.
칸 댄스 페스티벌은 영화제로 잘 알려진 프랑스 남부 칸에서 1984년 시작된 세계적인 무용 축제. 주최 측에서 체재비 등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물론 회당 3만 유로(약 4130만원)의 개런티도 지불한다. 국립무용단이 해외 무대에 개런티를 받고 서는 것은 처음이다.
안호상 국립극장장은 “창극도 프랑스의 많은 국립극장으로부터 공동제작 제안을 받는 등 여러 곳에서 우리 작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과거에는 우리가 외국작품을 가져오려고 절절맸는데 앞으로는 우리가 콧대를 세우면서 골라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본고장 유럽서 러브콜 받은 K클래식
입력 2014-08-04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