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사회 진입과 함께 노인요양병원이 각광을 받고 있다.
10년 전 100여개에 불과했던 요양병원은 현재 전국에 2000개 넘게 운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독교적 마인드와 감성 경영으로 어르신 정서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광덕대로에 위치한 경희재활요양병원으로 이금자(51) 이사장은 노인들이 편안한 병원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40, 50대 여성 인력 중시
지난달 31일 찾은 병원은 쾌적하고 깨끗했다. 복잡한 도심 상가건물 안에 있었지만 외부와 달리 내부는 밝았고 활기가 넘쳤다. 노인병원 특유의 냄새도 없었다. 이사장실 바로 옆에는 원목실이 나란히 있어 신앙을 중시하는 병원이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말단 직원까지 제가 직접 선발합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20, 30대는 채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부모에 대한 생각을 가질 수 있는 40, 50대 여성을 선호합니다. 그래야 노인들의 심리를 읽고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경희재활요양병원은 2006년 설립부터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기관평가인증원 등에서 줄곧 1등급 평가를 받았다. 환자와 가족들의 평가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여기엔 이 이사장의 직원 선발 원칙이 주효했다. 노인들 옆에서 그들의 필요를 재빠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젊은 간호사보다는 연륜을 가진 주부 세대가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전체 직원 150여명 중 간호 인력은 60여명으로 대부분 40대 이상이다. 이 때문에 병원은 안산시로부터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병원의 또 다른 특징은 요양병원 서비스의 관건이라 할 수 있는 간병 시스템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병원 간호사 3분의 1일이 간병 일을 겸한다.
이 이사장은 “요양병원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 간병인데 이를 보완하는 게 숙제였다”며 “원래 간병인 인력은 그대로 두고 간호조무사 일부를 간병 일도 함께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환자 4명당 1명의 간병인이 배정되는 효과를 이뤄냈고 노인들도 가까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노인 환자의 인권을 존중해 ‘탈억제’ 정책도 추진했다. “어르신들을 최대한 자유롭게 해드리려고 한다”며 “기저귀도 거의 채우지 않는다. 대신 간병인들이 시간을 체크해 대소변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탈기저귀’를 이루기 위해 이 이사장은 직원들과 여러 번 다퉜다. 결국 직원들을 설득했다. 기저귀를 없애는 게 노인인권 존중에 더 가깝다고 판단해서였다. 치매 환자의 경우도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눕거나 걸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인 중심 병원답게 식사시간에도 전 직원이 도우미 활동을 하고 있다. 매일 중식과 석식 시간이 되면 직원들이 병실을 찾아가 어르신들의 식사를 돕는다. 직원 식사는 그 다음이다. 치료사와 행정팀 직원들도 예외가 없다. 오전 회진 시 병원장 이하 진료과장들의 정성어린 스킨십도 노인이 편한 병원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들은 담당 환자들을 일일이 안아주고 있다. 진료팀이 환자들의 손톱 발톱을 직접 깎는 일도 있다고 한다.
호스피스 봉사에서 요양병원 힌트 얻어
학원 사업을 했던 이 이사장이 요양병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4년 샘물호스피스 봉사에 나서면서다. 환자를 돌보면서 복음을 전하려고 시작했는데 거기서 은혜를 체험했다고 한다. 하나님이 창조한 인간에 대한 예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직시했다는 것이다. 환자들이 궁금해서 새벽 1시에 차를 타고 가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호스피스 환자를 돌보면서 노인병원을 해보자고 결심했어요. 어르신들을 정성스레 섬겨서 하늘나라에 가도록 도와드리자고 생각한 것이죠.” 그는 결심을 굳히고 이후부터 일본과 독일을 다니면서 선진 요양병원의 시스템과 서비스 등을 공부했다. 무엇보다 기독교 신앙 안에서 운영하는 요양병원을 지향했다.
경희재활요양병원은 현재 빌딩의 한 개층(3층) 전층을 연결해 ‘ㅁ’자 형태로 사용하고 있다. 9900㎡(3000평) 크기에 292병상 규모다. 내년엔 같은 빌딩 4, 5층을 확장해 호스피스병동을 본격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2100년이 되면 국민 절반이 노인이라는 발표도 있었다.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이 이사장은 “꾸준한 운동과 감사하는 마음. 무엇보다 신앙생활이 중요하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안산동산교회(김인중 목사) 집사이기도 한 그는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로 시편 131편 1절을 꼽았다. “여호와여 내 마음이 교만하지 아니하고 내 눈이 오만하지 아니하오며 내가 큰일과 감당하지 못할 놀라운 일을 하려고 힘쓰지 아니하나이다.” 오직 주님만 바라보며 살겠다고 노래한 다윗의 시였다.
이금자 이사장
△1963년 경기 평택 출생 △1983년 중앙대 입학 △칼라피아 대표 △2009년 한국 기독실업인회 정회원 △2011년 안산시 장애인 복지관 후원회 부회장 △의료법인 더존재단 경희재활요양병원 이사장
안산=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기독여성CEO 열전] (29) 안산 경희재활요양병원 이금자 이사장
입력 2014-08-04 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