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계수학자대회(ICM)를 계기로 한국 수학의 질이 한 단계 올라갈 겁니다.”
2014년 서울ICM을 열흘 앞둔 3일 박형주(50) 포스텍 교수는 ICM 서울 개최에 이렇게 의미를 부여했다. 2007년부터 ICM 유치에 앞장서온 그는 서울ICM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13∼21일 코엑스에 120여개국 수학자 5000여명이 모인다. 필즈상 수상자와 개최국 수학자의 기조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9일간 진행된다. 대중강연을 들으러 오는 이들까지 합하면 3만여명이 대회에 참여할 전망이다.
이번 행사는 한국 수학계에 새로운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박 교수는 “젊은 수학자들이 세계 각국에서 온 수학자들과 교류하며 자극 받고 연구에 정진할 의지를 갖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ICM 서울 대회를 유치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2010년 인도에서 ICM이 열리는 바람에 2회 연속 아시아 개최를 꺼리는 국제수학연맹(IMU) 집행위원회의 반대가 컸다. 박 교수는 IMU에 한국 수학의 발전을 데이터로 증명해 보였다. 1996년과 비교해 2012년 한국의 수학 논문 수는 8배로 증가했다. IMU에 개발도상국 수학자 1000명 초청 계획을 제시하는 등 많은 노력 끝에 개최지로 낙점됐다.
IMU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진 것도 개최지 선정에 영향을 끼쳤다. 한국은 1993년 2군에서 출발해 2007년 4군으로 2단계나 뛰어올랐다. 70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IMU는 수학 발전 수준을 평가해 차등적으로 표결권을 부여한다. 4군은 표결권 4개를 갖는다.
서울ICM 조직위원회는 ‘그들만의 축제’가 되지 않도록 대중 친화적인 행사도 준비했다. 이창호 9단과 수학자들이 동시에 바둑을 두는 1대 6 지도 다면기(多面棋) 등이 열릴 예정이다.
박 교수는 “이번 대회가 한국의 수학교육을 바꾸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암기와 문제풀이 위주로 진행되는 중·고교 수학시간은 해마다 많은 ‘수포자’(수학포기자)를 양산한다. 수학교육의 고질적 문제는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가 제안하는 새로운 수학교육은 이렇다. 미적분 공식을 가르치기 전에 “뉴턴이 미적분을 만든 건 기하학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공식 탄생의 배경과 역사를 먼저 설명한다. 왜 이 공식을 배워야 하는지, 어떤 쓰임새가 있는지부터 알려줘야 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수학은 대중과 동떨어진 게 결코 아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수학자들이 대중에게 다가가려 노력한다면 한국 수학은 더 큰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인터뷰] ‘서울ICM’ 조직위원장 박형주 교수 “문제풀이·암기식 교육이 ‘수포자’ 양산”
입력 2014-08-04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