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식 ‘혁신’ 말잔치… 노선투쟁으로 가나

입력 2014-08-02 02:22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권한대행이 1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당 상임고문단과 7·30재보선 참패 이후 진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원기 상임고문, 박 대표 권한대행, 임채정 권노갑 정동영 이부영 상임고문. 김태형 선임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7·30재보선 참패에 따른 내부 수습에 들어갔다. 그러나 근본적인 당 혁신 방향을 놓고 백가쟁명식 의견이 쏟아지고 있어 당분간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비상대책위원회 인선 및 권한 부여 방식, 전당대회 시점 등이 눈앞에 놓인 쟁점이다. 진보그룹에서는 '선명한 야당론'이 나오고 있어 향후 당 정체성을 둘러싸고 치열한 노선 투쟁이 예상된다.

◇상임고문단 내년 1∼3월 전당대회 치르자=박영선 대표 권한대행은 1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상임고문단과 함께 ‘비대위 구성 관련 단위별 비상회의’를 가졌다. 상임고문단은 2시20분간 회동을 통해 “내년 1월 말에서 3월 중 정기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 비대위에는 외부 인사를 참여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박범계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회동에는 권노갑 김상현 김원기 문희상 송영호 신기남 이부영 이용희 임채정 정대철 정동영 한명숙 상임고문이 참석했다.

상임고문들은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사 등 하반기 국회 일정을 고려할 때 조기 전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전대 없이 중앙위원회를 소집해 지도부를 선출할 수도 있지만 지역위원장이 없는 중앙위원회에서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이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3월 창당했으나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옛 민주당 세력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지역위원장을 정하지 못했다.

박 권한대행은 상임고문단·중진에 이어 주말 사이 초·재선 및 시·도당 위원장단과 릴레이 회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구체적인 전대 시점은 오는 4일 의원총회에서 확정된다. 박 원내대변인은 “전대 시점과 비대위의 위상 및 역할은 의총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비대위원장이 의총에서 정해질지는 불투명하다.

◇비대위 성격 놓고 충돌 가능성=지도부가 총사퇴한 만큼 유일하게 남은 선출직인 박 권한대행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게 자연스럽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상임고문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대위원장이 누가 되느냐는 비대위의 성격·권한, 전대 시기와 맞물려 있다. 당내에서는 크게 관리형 비대위와 혁신형 비대위가 거론된다. 당 혁신 권한을 차기 지도부에 넘기는 관리형에 비해 혁신형 비대위는 운영기간이 길며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된다. 새정치연합은 재보선을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았기 때문에 혁신형 비대위가 들어설 경우 개혁 태풍이 몰아치게 된다. 박 권한대행이 부담스럽거나 당 개혁의 주도권을 갖고자 하는 세력 입장에서는 조기전대와 관리형 비대위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비대위원 인선 과정에서 계파 간 힘겨루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역위원장 선출, 전대 룰 협의 등도 폭발력이 강한 사안이다. 상임고문단이 전대 시점을 명확히 못 박지 않고 내년 1∼3월이라고 폭넓게 제시한 것도 이러한 복잡한 당내 사정이 감안된 결과로 풀이된다.

친노무현계 일각에서는 “임시조직인 비대위 체제가 오래 지속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빠른 전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상임고문의 대변인 격인 윤호중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반면 486(40대·80년대학번·60년대생) 정치인인 이인영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조기 전대 논의가 본격화되면 소모적 정쟁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며 “처절한 반성과 강력한 야당으로 부활하는 과정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진보·중도 노선 투쟁 예고=노선 투쟁이 재발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전날 사퇴한 안철수·김한길 투톱 체제는 당내 중도파를 대표했다. 중도파 지도부가 무너진 만큼 향후 좌클릭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특히 중도층이 기반이었던 손학규 상임고문까지 정계 은퇴하면서 당내 중도파의 입지가 급속히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당내 진보그룹을 대표하는 이 의원이 ‘강력한 야당’을 내건 것은 의미심장하다는 지적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