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에볼라 공포에 여행업계도 화들짝

입력 2014-08-02 02:26

서아프리카에서 창궐한 에볼라 바이러스의 사망자가 700명을 넘어서면서 국내 여행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도 아프리카 주재원을 철수시키거나 사업 축소를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외교부는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기니 등 에볼라 창궐 국가에 대한 특별여행경보를 발령했다. 특별여행경보가 내려지면 해당 국가 방문이 금지되고 체류 중인 사람은 인접국 등으로 즉시 대피해야 한다.

31일 홍콩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의심환자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 여행사에는 홍콩 여행을 취소하겠다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홍콩 환자는 음성으로 판정됐지만 임산부와 노약자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홍콩 여행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1일 포털 사이트의 홍콩 여행정보 카페에서 한 네티즌은 “28세가 돼서 첫 해외여행으로 어머니와 3박4일 홍콩 여행을 계획했는데 어머니가 계속 불안해하셔서 수수료를 내고 취소했다”고 말했다. 9월 홍콩행을 예약했던 다른 네티즌도 “홍콩에 사는 친척이 ‘괜찮다’고 안심시켜줬지만 임산부라 아무래도 불안해서 결국 항공권 결제를 취소했다”고 전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해외 여행객에 대해 “에볼라 바이러스가 혈액이나 체액의 밀접한 접촉에 의해 전파되는 만큼 의심환자나 감염된 동물과의 접촉을 자제하는 등 감염병 예방 수칙을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프리카 지역에 주재원을 두고 있거나 현지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인 기업들도 고민에 빠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가발을 만드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에볼라가 남쪽으로 곧 내려올 것 같아 걱정”이라며 “직원을 철수시켜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계자는 “고민 끝에 결국 가나와 카메룬 무역관에 에볼라 문제와 관련한 공문을 보냈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나와 나이지리아에 직원을 파견한 삼성물산도 부랴부랴 사태 파악에 들어갔다.

지난해 7월부터 라이베리아에서 태권도 대회와 기부 등 사회봉사 사업을 펼치던 동아쏘시오그룹은 라이베리아 정부가 국경 폐쇄를 예고하자 하는 수 없이 현지에서 철수해야 했다. 그룹 관계자는 “지난 4월 에볼라 바이러스가 퍼진 직후 라이베리아 파견 직원을 급히 케냐로 피신시켰다가 다시 라이베리아로 돌려보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는 판단에 최근 완전 귀국했다”며 “향후 사업계획은 어쩔 수 없이 표류 중”이라고 말했다.

괴질 바이러스의 일종인 에볼라는 감염되면 온몸에서 출혈이 나타나며 면역체계가 파괴되고 심하면 1주일에서 열흘 안에 과다출혈이나 쇼크로 숨진다. 아직 치료제나 백신은 없다.

정부경 임지훈 양민철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