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승리에 취했나

입력 2014-08-02 02:20
이준석 새누리당 혁신위원장(가운데)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를 바꾸는 혁신’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7·30재보선에서 압승한 새누리당이 1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 김무성 대표가 “대승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며 의원들에게 신중한 처신을 주문했지만 분위기는 승리에 도취한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실제로 당 혁신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의원총회 도중에 절반에 가까운 의원들이 빠져나가 버렸다. 이에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변한 게 없다”는 내부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발언 의원도 4명에 그치며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와 관련해선 “야당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강경한 주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의원총회는 재보선 당선 의원 인사와 세월호 특별법 진행 상황 보고, 당 혁신방안 논의 등을 위해 마련됐다.

김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당의 혁신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보수 혁신·당 혁신·국가 대혁신을 통해 더욱 안전하고 공정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민생경제 살리기에 몰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의원총회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 관련한 강경한 주장들이 연이어 나왔다고 참석 의원들이 전했다. 이노근 의원은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서 왜 여당이 이렇게까지 밀리느냐”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야당의 무리한 요구까지 들어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태흠 의원은 “세월호 특별법 협상은 강하게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세월호 유가족들이 국회에서 단식 농성 중인 것을 거론하며 “유족들을 국회 안으로 들어오게 한 데 대해선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전당대회에서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서 뽑아야 한다”며 “비례대표들도 총선 전에 갑자기 발표하지 말고 후보군을 미리 선정해 철저한 검증을 통해 선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 ‘쇄신모임’을 이끄는 조해진 의원은 혁신을 촉구했다. 조 의원은 “이번 재보선 승리를 큰 틀에서 보면 새누리당이 잘했다기보다는 야당이 국민의 뜻과 어긋나는 행동을 해서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새누리당이 혁신을 게을리하면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민심의 혹독한 비판을 받을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의원들이 많이 빠져나가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토론을 많이 하자고 해서 시간을 (오전 10시로 정해) 길게 잡았는데 다 빠져나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