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빌라 고무통 살인사건’ 용의자인 50대 여성이 1일 경찰에 검거됐다. 이 여성은 고무통 안에서 발견된 남성 시신 2구 중 1구는 남편이고, 다른 1구는 외국인 애인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쯤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송우리 한 섬유공장의 외국인 숙소 주방에 숨어 있던 이모(50·여)씨를 검거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의 휴대전화 통화목록에 자주 등장하는 스리랑카 출신 남성을 추적해 그가 숙소로 이용하고 있는 컨테이너를 급습해 이씨를 체포했다. 검거 당시 이씨는 잠적 이전 CCTV에 찍혔던 것처럼 빨간 티셔츠와 반바지, 슬리퍼 차림이었으며 별다른 저항 없이 순순히 체포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검거 직후 눈물을 흘리며 “시신 2구는 남편과 애인”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애인은 자신이 살해했다고 시인했지만 국적, 나이, 이름은 모른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외국인 남자를 집으로 초대했는데 말다툼이 일어났고 싸움이 커졌다”며 “내가 힘이 세서 스카프와 비닐 랩을 이용해 죽였다”고 밝혔다.
이씨는 고무통 아래쪽에 있던 시신이 남편이라고 밝혔지만 자신이 살해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2003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남편과 사이가 나빠져 오랫동안 별거했다고 이씨의 진술을 전했다. 하지만 이씨는 남편이 언제 포천 집으로 왔는지를 정확히 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와 시기, 수법, 공범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이씨에게 숙소를 제공한 스리랑카인 남성도 임의동행해 범인은닉 및 살인사건 연루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29일 오후 9시37분쯤 포천시 신북면의 한 빌라에서 대형 고무통에 담겨 있던 시신 2구를 발견했다. 시신의 얼굴은 랩과 비닐봉투로 싸여 있었고 시신 1구의 목에는 스카프가 감겨 있었다. 당시 집 안에서는 이씨의 8세 아들도 굶주려 아사(餓死) 직전인 상태로 발견됐다.
이씨는 경찰에서 이 아이가 남편이 아닌 다른 외국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고 진술했다.
이씨는 시신 발견 다음 날인 30일 자신이 근무하던 포천의 한 과자공장에 출근했지만 경찰이 찾는다는 말을 듣고 잠적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해 이 중 1구의 지문을 확인한 결과 이씨의 남편 박모(51)씨인 것으로 확인했지만 나머지 1구는 부패가 심해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은 빌라에서 발견된 남자 아이는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보호 아래 병원에 입원 중이며 건강상태는 양호하다고 밝혔다. 이 아이는 입원 첫날인 29일 밤에는 잠을 설치는 등 약간 불안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후 활발하게 행동하고 잠도 잘 자는 등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천=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고무통 속 시신 남편과 외국인 애인”
입력 2014-08-02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