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힘못쓰는 대장주 삼성… ‘황소’ 오는 길목 막나

입력 2014-08-02 03:56 수정 2014-08-02 15:57
그간 코스피지수를 지탱해오던 대장주 삼성전자가 정작 코스피 상승 국면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와 동일한 중간배당금(주당 500원)으로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기며 31일 코스피의 연고점 경신 랠리를 중단시키더니 3분기 실적 전망마저 하향 조정되면서 우려를 더하는 모양새다. '초이노믹스'(Choinomics·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기부양책)에 반색하며 지수가 박스권을 뚫었지만 기업 펀더멘털(경제기초체력)에 대한 의구심은 대외 변수에 취약한 한국 증시에 여전한 걸림돌이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을 평균 7조5071억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전망대로라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무려 26.1% 하락하게 된다. 벌써부터 삼성전자의 6조원대 '어닝 쇼크'를 전망하는 증권사도 있다. HMC투자증권 반도체·가전 담당 노근창 연구원은 "IT·모바일(IM)과 소비자가전(CE) 부문의 이익 감소로 3분기 영업이익은 6조90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우려는 고스란히 주가로 연결된다. 삼성전자 주가가 1년 뒤 175만원, 165만원까지 갈 것이라던 하나대투증권과 IBK투자증권은 이 수치를 160만원으로 낮춰 잡았다. 유진투자증권도 19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를 유지한 KDB대우증권은 "단기적으로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코멘트를 내놨다.

초이노믹스가 증시에 어필한 핵심 요소인 배당 기대감은 삼성전자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증시 전문가들은 2분기 삼성전자의 콘퍼런스콜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기대하던 중간배당금 증가 발표,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방향 제시가 없었다는 점을 아쉬워한다. 앞으로도 획기적인 배당 증가는 어렵다는 전망이 높다. 신한금융투자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 등은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하고 업황 부침이 심해 자사주 매입은 기대할 수 있어도 배당이 올라가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평가는 그간 삼성전자에 의존해 온 코스피지수의 향방에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준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삼성전자가 없다고 가정해 산출한 '마이너스 삼성전자' 지수는 1737.77로, 3년 전(1908.15)보다 8.93% 하락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실제 코스피지수는 같은 기간 2.37% 하락했다. 큰 폭으로 고꾸라질 증시를 그나마 대장주가 개인기로 떠받쳐왔다는 이야기다.

증권가는 초이노믹스의 증시 구원투수 역할에 환호하면서도 국내 기업 실적 부진, 환율 리스크, 대외 경기둔화 등을 여전한 불안요소로 꼽는다. 1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2포인트(0.15%) 떨어진 2073.10에 장을 마치며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유럽의 디플레이션 우려, 아르헨티나 디폴트 이슈가 간접적으로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지만 삼성전자 이슈도 한몫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3.80% 떨어지며 130만원 선을 내줬다. 삼성전자 종가가 130만원을 밑돈 것은 지난 7월 14일 이후 처음이다. 증권사 가운데 삼성전자에 대해 가장 보수적인 목표주가(143만원)를 제시하는 아이엠투자증권 이민희 연구원은 "향후 장기적인 이익감소 구간 진입이 예상되고, 투자매력이 낮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