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곡성 보궐선거 승리를 통해 화려하게 귀환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당내에서 연일 영웅에 가까운 대접을 받고 있다.
당선 뒤 아직 여의도 땅을 밟지도 않았지만 향후 여권 내에서 그가 맡을 역할을 놓고 벌써부터 관측이 무성하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로 키(low-key)'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의원은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분간 서울에 가지 않겠다"며 "1주일 정도는 순천·곡성 지역에 머무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사 다닐 곳이 많아 당선시켜 주신 지역구민들께 감사 인사를 마무리한 뒤에야 서울에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도움 없이 '나홀로 선거 운동'을 펼쳤던 이 의원은 재보선 승리 이후에도 '나홀로 당선 인사'를 다니고 있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당선자 중 유일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의총에 앞서 재보선 당선자 인사 순서가 마련됐지만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승리였다"는 김무성 대표의 발언이 이 의원의 빈 자리를 대신 채웠다. 전날 국회에서 약식으로 당선자 축하 행사가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도 이 의원은 박맹우(울산 남구을) 의원과 함께 불참했다.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전남에서 당선된 첫 보수정당 후보인 이 의원은 7·30 재·보궐선거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여의도에서 축하 꽃다발을 받기에 앞서 선거운동 기간 한 몸처럼 다녔던 화물 자전거를 다시 타고 지역구를 누비고 있다.
이 의원은 당선 직후 중앙 정치무대와 거리를 두고 조용하게 지역 활동에 매진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그를 가만 놔두지 않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腹心)' '정권 실세'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 의원의 무게감 때문이다.
우선 이 의원이 당청 간 가교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를 위해 김 대표가 이 의원을 호남 몫 최고위원으로 지명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새누리당을 선택해 준 호남에 대한 예우 차원도 있지만 당 지도부 일원으로서 청와대와의 소통을 맡아 달라는 당부의 뜻도 담겨져 있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7·30재보선 이전의 이정현과 그 이후의 이정현은 전혀 다른 정치인"이라며 "예전에는 '박 대통령의 입'에 충실했지만 지금은 박 대통령의 신뢰에다 호남의 지지를 등에 업은 여권 실세로 변신했다"고 평했다.
새누리당의 호남 진출 교두보로서 이 의원의 활동도 주목된다. 당 내부에서는 '예산 폭탄' 공약을 앞세워 당선된 이 의원을 지원하기 위해 순천·곡성 지역에 예산 상당부분을 몰아줘야 한다는 기류가 생기고 있다. 2016년 총선에서 이 의원이 다시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 의원이 결집세가 약화된 친박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하지만 이 의원이 '자기 사람'을 끌어 모으는 계파 수장 스타일이 아닌 데다 참모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친박의 중심으로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김 대표와 충돌해 당내 갈등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청와대 또는 정부발 악재가 터질 경우 각을 세우는 김 대표에 맞서 이 의원이 박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화려하게 귀환한 이정현, 당내서 어떤 일 할까…당청 소통 가교 역할 맡을 듯
입력 2014-08-02 0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