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처럼 했어야” 반성… “일회성 이벤트” 평가절하

입력 2014-08-02 03:38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을 바라보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속내는 착잡하고 복잡하다.

7·30재보선에서 이 의원에게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을 빼앗긴 것을 두고 반성과 평가절하, 우려와 기대까지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 의원이 보여준 성실한 태도는 대부분 인정하는 분위기다. 순천 유세를 지켜봤다는 복수의 당직자들은 1일 "선거운동 하는 것을 보니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당내에서도 '이정현처럼 뛰어야 한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말 발로 열심히 뛰고 주민들의 피부에 닿는 공약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는 평가다.

전남 여수 출신인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순천에서는 새누리당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게 쉽지 않은데 이번엔 시민 열명 가운데 다섯명이 공개적으로 (이 의원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던 것 같다"며 "지난 후의 판단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한탄했다.

우원식 전 최고위원은 선거 다음날 "(이 의원의 당선은) 혁신 없는 당엔 더 이상 표를 주지 않겠다는 호남 민심의 큰 분노"라고 말했다.

반면 '이정현 돌풍'을 일회성 이벤트로 평가절하하는 시선도 있다. 호남이 지역구인 한 의원은 "야당 하는 꼴을 보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야당에) 본 떼를 보여주려 했는데 예상 외로 표가 많이 나왔다고 한다"고 말했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이 2번 찍을 테니 나는 1번 찍어도 되겠지'라며 투표한 사람이 꽤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순천시에서 이 의원과 새정치연합 서갑원 후보 사이의 표차는 전체 10만7131표 가운데 3523표에 이르렀다. 이 의원이 좋아서가 아니라 야당이 정신 차리도록 주사를 놓았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 의원 당선이 여당의 호남 진출 물길을 틀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도 포착된다. 이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데다 새누리당에서도 이 의원을 전폭 지지할 가능성이 높아 자칫 제대로 뽑은 '지역 일꾼'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공헌한 '예산 폭탄'이 현실화되면 호남 내 여당의 입지가 급속도로 확장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새정치연합의 우려는 새누리당이 실제로 이 의원을 국회 예결특위에 배정하면서 일부 현실화되고 있다. 예산을 심의·의결하는 상임위에 배정됨으로써 이 의원은 공약 이행을 통한 20대 총선 수성에 한 걸음 다가섰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국회 안팎에선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순천·곡성 지역을 전폭 지원할 것이라는 얘기도 돈다"며 "이정현을 시작으로 야금야금 호남을 (여당에) 빼앗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 의원이 정말로 순천과 곡성에 예산을 몰아가도 호남 의원들은 쉽게 반대할 수 없고 반대할 명분도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영남에서의 야권 돌풍 신호탄으로 기대 섞인 해석을 하는 기류도 있다. 김부겸 전 의원은 31일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인들이 쳐놓은 올가미 같은 지역주의를 국민이 스스로 해체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20대 총선에서의 대구 승리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지난 6·4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해 40.33%의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도 "전남에서 여당이 당선될 수 있으면 우리도 이제 영남에 깃발을 꽂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