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떨리고 느려지면 파킨슨病 의심해야”

입력 2014-08-04 02:27
파킨슨병 환자들은 뇌의 퇴행성 변화로 걸음걸이에 영향을 미치는 소뇌기능도 위축돼 있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한 파킨슨병 환자의 소뇌기능을 검사하는 모습. 이대목동병원 제공
정상인(왼쪽)과 파킨슨병 환자의 중뇌 흑질 부위 PET 영상 사진. 파킨슨병 환자의 흑질부가 도파민 신경세포 손상으로 뭉개져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늘 깔끔하고 열여섯 살 소녀처럼 화사하게 잘 웃는다. 떡집 안주인 노릇하랴, 남편 잔심부름 하랴, 딸 대신 부엌 살림하랴, 내일 모레 80인데 허리 펴고 누울 시간 없이 하루가 너무 짧다.”

요즘 SBS 주말드라마 ‘기분 좋은 날’에서 나문희씨가 연기하는 ‘76세, 떡집 할머니 이순옥 여사’의 캐릭터다. 드라마는 지금, 이 여사가 파킨슨 병 진단을 받으며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진단 전 이 여사는 손을 떠는 증상(진전증)과 한쪽 다리에 힘이 풀려 맥없이 주저앉는 이상운동 증상을 반복하자 병원을 찾는 것으로 그려졌다.

파킨슨병은 치매와 더불어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으로 꼽힌다. 65세 이상 노인 중 약 1%, 85세 이상 노인 중 약 3∼4%가 파킨슨병을 앓는다. 파킨슨병을 어떨 때 의심해야 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몸이 느려지고 관절도 뻣뻣해진다=파킨슨병은 뇌의 중앙 부위에 있는 ‘흑질’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파민 신경세포가 손상되면 신경전달물질 도파민 호르몬을 분비하지 못하게 된다.

우리 몸은 도파민이 부족하면 뇌의 운동회로가 비정상적으로 틀어져 각종 이상운동 증상을 일으킨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몸 떨림이다. 이어 근육이 굳어 뻣뻣해지는 강직 현상과 동작이 굼떠지는 서동증이 동반된다.

이들 증상 외에 보행 장애, 구부정한 자세 등 관절운동 장애와 함께 목소리가 작아지고 악센트가 없어져 발성이 단조롭게 되고, 표정을 잃어 마치 가면을 쓴 듯 얼굴이 항상 굳어있는 증상도 나타난다.

서동증은 대부분의 환자나 보호자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몸의 움직임이 서서히 느려지면서 시작되는 게 특징이다. 처음에는 하도 그 변화가 미세해 몸이 피곤한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을 정도다. 실제로 많은 파킨슨병 환자분들은 일상생활에 방해가 될 정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거나 몸이 자주 축 처진다고 호소한다. 병이 좀더 진행되면 일상생활에도 방해를 받게 되는데,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힘들거나 의자에서 앉았다가 일어나기 힘들어지고, 엉덩이가 천근만근처럼 무겁게 느껴진다.

손동작도 느려져 여성의 경우 음식을 만드는데 이전에 비해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되고, 옷의 단추를 끼우는 동작이 힘들어진다. 또 컴퓨터 작업 시 마우스를 더블 클릭하기가 힘들다고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글쓰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문장을 작성할 때 글씨 크기가 점점 작아져 나중엔 깨알처럼 작게 쓰게 되는 증상을 보인다. 문제는 이런 이상운동 증상이 도파민 신경세포가 70%이상 파괴되고 나서야 나타나기 시작해 조기발견이 어렵다는 점.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정선주 교수는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심하지 않고 발병한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파킨슨병 환자라도 뇌 속에선 이미 적어도 5∼6년 전부터 움트기 시작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파킨슨병은 완치가 가능할까?=파킨슨병 치료법은 당뇨병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당뇨 환자들이 인슐린 호르몬을 보충하는 방법으로 혈당을 조절하듯이 부족한 도파민 호르몬을 보충해주는 약(레보도파 등)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다.

단, 약물치료에 들어가선 아주 섬세하고 신중한 투병자세가 요구된다. 레보도파 등 호르몬제의 약효가 일정 기간 후엔 50% 이상 떨어지게 되는 까닭이다.

여기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선 담당 신경과 의사와 환자 및 보호자 간에 평상시 잘 관찰한 증상을 중심으로 긴밀한 상담이 필수적이다.

약물을 장기간 복용한 후 발생하는 부작용이나 합병증을 극복하기 위해 ‘뇌심부자극술(DBS)’과 같은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생긴다.

뇌심부자극술은 아주 가는 철사 줄과 같은 전극을 뇌 속에 심어놓고 미세 전류를 흘려 신경을 계속 자극하는 치료법이다. 약을 먹어도 이상운동 증상이 잘 개선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고, 치료를 위해 복용해야 하는 약의 양을 절반 이상 줄이는 효과도 있다. 정 교수는 “현재 줄기세포를 이용, 도파민 신경세포를 재생시키는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앞으로 세포치료시대가 본격화되면 파킨슨병 완치의 길도 열리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