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4세 직장인 박모씨는 사춘기를 거치며 가슴 부위 피부에 푸른 핏줄이 비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유방까지 퍼져 샤워를 할 때마다 짜증이 난다고 했다. 가슴 부위가 많이 패여 시원해 보이는 옷도 입어보고 싶지만 보기 흉한 핏줄 때문에 영 자신이 없단다.
더군다나 결혼하면 남편이 유방에 푸릇푸릇 비치는 핏줄을 볼 것이고 아이를 낳고 수유할 때는 또 어떻게 변할지 생각만 해도 갑갑하다고 박씨는 하소연했다. 임신 및 출산을 하고 모유수유를 하게 되면 푸른 혈관이 도드라지게 비치는 증상이 더 심해진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위가 부위인지라 민망하게 누구한테 물어보기도 쉽지 않았다. 박씨는 인터넷도 뒤져보고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들에게 조용히 수소문도 해보다 어렵사리 정맥류 치료 경험이 많은 필자를 찾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가슴혈관과 유방혈관이 이렇듯 눈에 띄게 피부 밖으로 비치는 증상은 체질적으로 피부가 희며 얇은 사람들에게 주로 나타난다. 핏줄이 푸르스름하게 비치는 증상은 아무래도 노출이 많은 여름철이나 임신, 수유 중 호르몬 대사의 영향으로 더 심해진다. 이 경우 특별히 어느 한 부분의 정맥이 커지거나 뭉쳐있고, 선천적으로 생기는 혈관종 같은 혈관이상을 제외하곤 겉으로 보기에만 눈에 거슬릴 뿐 대부분 정상 혈관에 해당된다.
따라서 가슴혈관과 유방혈관이 비칠 때는 혈관이상 때문인지 여부와 그것이 동맥인지, 정맥인지를 감별하는 게 중요하다. 놔둬도 되는 것인지는 물론 치료를 해야 한다면 혈관성형수술을 해야 하는 것인지, 간단한 주사를 놓아 혈관을 응고시키는 방법으로 해야 할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피부 밖으로 푸르게 비치는 혈관이 동맥일 때는 혈관성형수술이 필요하다. 반면 정맥일 때는 혈관을 응고시키는 경화제를 간단히 주사하는 방법(혈관경화요법)으로도 개선이 가능하다. 미용 상 문제가 되는 가슴혈관과 유방혈관은 정맥일 경우가 훨씬 많다. 혈관경화요법은 외래 진료실에서 보기 흉하게 비치는 핏줄(정맥)에 경화제를 주사하는 방식으로 시술한다. 한 번에 안 돼 여러 차례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게 흠이지만 보기 싫게 울퉁불퉁 불거진 다리의 정맥류는 물론 실핏줄을 없애는데도 유용하게 쓰이는 치료법이다.
미용 목적으로 입술과 이마 정맥, 관자놀이 정맥(핏대), 눈가의 혈관성 다크 써클, 손등혈관 등과 같이 보기 싫은 혈관을 없애는 데도 사용된다. 드물긴 하지만 주사치료인 혈관경화요법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핏줄도 있는데, 이 때는 레이저로 혈관을 지지는 방법을 추가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심영기 연세에스병원장
[헬스 파일] 가슴·유방혈관이 비칠때
입력 2014-08-04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