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정계를 은퇴했다. 7·30재보선에서 무명이나 다름없는 새누리당 후보에 7% 포인트 이상 큰 득표율 차로 패배하자 깨끗이 승복하고 야인의 길을 선택했다. 전국적인 지명도에서는 새누리당 후보와의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높았으나 처음부터 녹록잖은 선거였다. 그가 출마한 경기 수원병은 남경필 경기지사 부자(父子)가 22년간 국회의원을 지낸 새누리당 텃밭이다. 어려운 선거인 줄 뻔히 알면서 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출마했지만 결국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 1993년 경기 광명을 보궐선거 당선으로 시작된 그의 21년 정치인생 마지막은 쓸쓸했다.
그의 꿈은 국회의원에 있지 않았다. 이미 네 차례(14, 15, 16, 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장관에 민선 경기도 지사, 야당 대표를 역임했다. 대통령 빼고 다 해본 셈이다. 그는 이번 선거를 대선으로 가는 디딤돌로 삼으려 했다. 전신인 민자당과 신한국당을 포함해 14년간 몸담았던 한나라당을 탈당, 철새라는 비판과 조롱을 들으면서까지 두 번이나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나설 만큼 대권 도전의지를 불태웠던 그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은커녕 국회의원도 안 된다는 걸 알고 꿈을 접었다. 은퇴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주변의 만류도 많았다고 한다.
그는 “정치인은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 지금은 제가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질 이유도, 은퇴하라고 한 사람도 없다. 모른 척 이 고비를 넘기면 다른 길이 열릴 수도 있다. 하지만 꼼수를 쓰지 않았다. 국가를 운영해 보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졌던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판단, 후배들에게 길을 내주었다. 정치권 세대교체의 바람직한 패러다임이라 할 만하다.
국민의 심판이 끝났는데도 권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권력 주변을 맴도는 해바라기들이 수두룩하다. 손 고문이 실천한 대로 들고 날 때가 분명한 정치인들이 많아져야 우리 정치의 미래가 밝아진다.
[사설] 손학규의 아름다운 퇴장
입력 2014-08-02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