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요즈음 노동현장 곳곳에서는 여름 파업투쟁이 예고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31일 올해 임금 교섭이 결렬됐다고 선언하고 파업수순을 밟기로 했다. 최대 쟁점은 통상임금의 상여금 포함 여부로 지난해 말 대법원이 정기적·고정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후 이미 예고된 다툼이다. 기아자동차와 르노삼성도 여름휴가 후 교섭을 재개키로 했다.
현대중공업의 임단협도 현대차와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의 단체교섭이 여름휴가를 넘기도록 타결되지 않은 것은 2002년 이후 12년 만이다. 노사는 오는 18일 교섭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통상임금 확대, 정년연장 등에서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난항할 것으로 보인다. 여름휴가 이후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공동파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통상임금 확대 요구는 자동차와 조선업계는 물론 노동현장 전체의 문제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의 사측은 진행 중인 통상임금 소송 결과가 나오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반면 쌍용차, 한국GM은 노사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함에 따라 조합원들은 두둑한 격려금을 받고 휴가에 들어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들어 7월 20일까지 임금교섭 타결률은 25.2%로 지난해 같은 기간(39.6%)보다 현저히 낮다. 올 상반기 노사분규와 근로손실일수는 45건, 10만3000일로 지난해 상반기(17건·3만5000일)에 비해 3배쯤 더 많다. 2006년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다.
이처럼 임단협 교섭 기간이 길어지고 다양한 쟁점의 노동쟁의가 빈발하는 것은 대선 공약과 정부 정책의 영향도 적지 않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의료민영화 철폐를 요구하며 지난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건설노조는 안전한 건설현장 환경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22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하투가 장기화될 경우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이 펼치는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반감되거나 무력화될 수 있다. 정부는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조속히 정상화시켜 통상임금은 물론 정년연장과 근로시간 단축 등에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한마당-임항] 夏鬪
입력 2014-08-02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