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외국인 명장 모시기… ‘비싼 몸값’ 고민되네

입력 2014-08-02 02:03

외국인 명장의 오케이 사인을 받아내려면 얼마만큼의 연봉을 안겨야 할까.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31일 외국인 감독 3명을 차기 대표팀 사령탑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새 사령탑의 조건 중 하나로 ‘월드컵 본선 16강 이상의 경험’을 꼽았다.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감독을 데려오려면 엄청난 연봉을 줘야 한다. 이번 기회에 명장을 영입해 한국축구의 수준을 높이려는 기술위원회는 연봉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차기 감독 후보들 중 가장 몸값이 비싼 인물은 2002 한일월드컵 때 스페인 대표팀을 이끌었던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59·스페인) 감독이다. 카마초 감독은 2011년 중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됐는데, 이때 받은 연봉이 590만 유로(82억원)였다. 성공 보수 등을 합하면 총액은 100억원에 육박했다. 카마초 감독은 A매치 평가전에서 잇따라 패해 지난해 6월 경질됐다. 현재 무직 상태이지만 몸값이 너무 높아 협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력한 차기 감독 후보로 꼽히는 베르트 판 마르베이크(62·네덜란드) 감독도 고액 연봉자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조국 네덜란드를 준우승을 이끈 판 마르베이크 감독은 당시 270만 달러(27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축구협회가 2011년 책정한 외국인 감독 연봉은 100만 달러(10억3000만원·옵션 제외)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감독이 2002년 받은 금액 그대로였다. 히딩크 감독 이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움베르토 코엘류(포르투갈), 조 본프레레,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백(이상 네덜란드) 감독도 100만 달러를 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연봉 10억원으로 세계적인 명장을 영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본 대표팀을 맡은 하비에르 아기레(56) 전 멕시코 축구 대표팀 감독의 연봉은 180만 유로(25억원)이다. 이는 전 세계 국가대표팀 감독 연봉랭킹 20위권이다.

연봉 외에 추가로 드는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외국인 감독은 대부분 코치와 트레이너 등 스태프를 데려오길 원한다. 이들의 연봉과 주거, 차량, 수당 등 다양한 옵션들까지 합치면 예산 규모는 더 커진다. 일본의 경우 ‘아기레 사단’에 쏟아 붓는 돈이 연간 50억원에 이른다.

축구협회가 명장급 감독을 선임할 경우 최소 50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1년 예산이 1000억원 규모인 축구협회가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다. 축구협회가 큰 돈을 들여서라도 명장을 영입하려면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정몽준 전 회장은 히딩크 감독을 영입하며 “연봉이 문제라면 사재라도 털겠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