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성경은 일체… 성경이 회복되면 본질이 회복됩니다”

입력 2014-08-04 02:10 수정 2014-08-04 16:33
지난달 30일, 가평 성경통독원 집무실에서 26년간 이어진 성경통독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는 조병호 박사. 앞에 놓인 성경이 자신을 신학자의 길로 이끈 어머니의 성경이다.
성경통독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3박4일 통독 프로그램 모습. 성경 전체를 한 책으로 보아 연대순으로 읽고 역사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찾아가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한국교회에 성경통독의 바람을 일으키며 26년째 성경 관련 연구와 집필, 강의에만 매달려온 이가 있다. 이른바 ‘통(痛)박사’로 불리는 조병호(53) 박사다. 성경에서 점화돼 성경으로 확산되고 있는 그의 사역은 이제 한국교회를 넘어 세계를 향하고 있다. 다양한 통독강좌를 소화하며 ‘통신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고 있는 조 박사를 경기도 가평 설악면 성경통독원에서 만났다.

“교회와 성경은 분리될 수 없는 일체입니다. 말씀의 생명력이 천지를 창조했듯이 예배나 교회가 살아 움직이는 말씀을 결코 넘어설 수 없습니다. 교회의 본질은 성경인데 이것이 소홀해 지면 곁길로 빠집니다. 성경이 회복되면 본질이 회복됩니다. 이것이 우리가 성경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주제에 대한 핵심을 논리적이고 선명하게 짚어 설명하는 조 박사는 성경에 관한 한 그 어떤 주제도 막힘이 없다. 그는 최근 발간한 ‘제사장 나라 하나님 나라’(통독원)를 포함해 성경이 주제가 된 책을 모두 30권 집필했다.

장신대와 신대원(M.Div), 연세대(Th.M)와 영국 버밍엄대학원(Ph.D)에서 공부한 그가 한국교회에 성경통독의 첫 문을 연 것은 1989년이다.

“제가 21세에 어머니를 잃고 극한 슬픔에 잠겨 있다가 신학을 결심하고 장신대에 입학했어요. 갈급한 마음에 성경을 매일 읽으며 성경 속에서 답을 발견하게 됐지요. 신학이 흥미롭게 다가오고 성경의 사건들이 눈앞에서 전개되는 것을 경험했어요.”

조 박사는 89년부터 지금까지 청소년과 청장년, 목회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성경통독캠프를 시작,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묵상지 ‘큐티 성경통독’도 발간했고 기독교 TV방송 최초로 ‘조병호 목사의 성경통독여행’이란 프로그램이 제작돼 성경통독의 대중화가 본격화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조 박사의 성경통독은 단순히 성경을 읽는 것과 차별화된다. 성경을 역사적 연대순으로 정리하고 전체를 한 권의 책으로 보고 이를 큰 틀 속에 넣어 동시에 성경을 이해시키는 식이다.

“신학교에서 성경통독이라는 과목을 개설해 가르치면서 학문적 토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어요. 이 과정에서 관련 세미나가 여러 차례 열렸고 2007년 미국의 유명한 레너드 스윗 박사(드루대)가 저의 통독 방식에 공감해 동역자가 되면서 큰 힘을 얻었지요. 이것이 통독의 세계화가 시작된 첫걸음이었습니다.”

조 박사가 주장하는 통(痛)성경읽기는 부분이 아닌 전체로 읽는 것이기에 성경 내용이 강해식으로 쪼개지거나 분산되지 않고 하나님의 마음과 뜻, 섭리를 정확히 알아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2000년 성경의 역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기 때문이다.

성경이 많이 읽히는 일이라면 어떤 모험도 마다하지 않는 조 박사는 요즘도 다양한 성경통독 프로그램을 만들어 한국교회에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맑은 공기와 멋진 산세가 자랑인 가평 성경통독원에는 크리스천의 방문이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성경을 500독 이상 한 조 박사의 열띤 강의를 통해 성경이 간직한 경이로운 세계에 새롭게 입문하게 된다.

통독원의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48시간 역사순 성경듣기’는 3박4일간 함께 듣는 것이다. 조 박사가 직접 강의하는 ‘역사순 숲과나무 성경통독학교’도 있다. 보통 참가비가 4일간 숙식까지 15만∼20만원으로 실비에 불과하다.

40만권 이상이 팔린 조 박사의 저서 ‘성경과 5대제국’을 주제로 특강하는 시간도 있다. 1박2일로 진행되며 ‘성경과 고대사’를 강의한다. 이 프로그램들은 누구나 참가가 가능하다. 또 성경통독 강사를 양성하는 과정인 ‘렉처러 코스’는 목사나 사모 전도사를 대상으로 하며 매주 월요일마다 10차례 수업을 받는다. 제19기가 오는 9월 22일 개강된다. 성경통독 강사가 갖춰야 할 깊이 있는 내용을 배우게 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제가 직접 느낌을 실어 녹음한 성경 전문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어요. 7년전 성대수술을 하고 완쾌한 후 맨 처음 성경을 소리내어 하루 10시간씩 100일동안 읽어 녹음했지요. 벌써 7만명 이상이 다운받았는데 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조 박사의 성경통독을 위한 거침없는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가평 산골에서 웅비된 ‘통신학’은 이제 세계가 손짓하며 배우려 하고 있다. 조 박사는 “성경이 바탕된 통신학이야말로 서구신학을 통해 발전해온 한국교회가 이제 세계교회에 다시 되갚아 줄 수 있는 선물”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가평=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