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이대로라면 헌금만으로 재정자립을 이룰 수 있는 교회는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교회 신뢰도는 점차 떨어지고 전도도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곧 기존의 목회 형태로는 교회를 유지하는 게 더 이상 힘들다는 이야기다. 이제는 과거 성장 위주의 교회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역 모델인 '미셔널 처치(Missional Church·선교형 교회)'를 계발해야 한다.
도예방·떡볶이집, 주일 예배당 변신
서울 강북구 도예카페 ‘토기장이의집’ 한쪽에는 토기그릇 수십 개가 뜨거운 햇볕에 몸을 말리고 있었다. 카페 운영자이자 토기장이교회 담임인 신상엽(43) 목사는 지난달 29일 “얼마 전 교회학교 어린이들이 와서 만든 거예요. 다 마르면 구울 거예요”라고 했다. 고사리손들이 오물조물 만들었을 법한 손바닥만한 그릇들이었다. 그는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한 뒤 신학을 공부했다. 2010년, 근처 상가에 교회를 개척했지만 교회를 찾는 이는 연간 5명도 되지 않았다.
“입으로만 말씀을 전할 게 아니라 삶으로 전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도예를 가르칠 수 있고,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떠올랐어요. 도예를 하면서 인생 상담도 하고 우리를 만드신 토기장이 하나님 얘기도 자연스럽게 전할 수 있었어요.” 윤경순(43) 사모의 얘기다. 토기장이의집은 평일엔 도예를 강의하고 차를 판다. 매주 20여명이 흙을 만진다. 신 목사는 “건물 지붕에 십자가 달고, 강대상 있는 곳만 교회가 아니라 예수님 계시고 복음 전하는 그곳이 모두 교회인 것 같다”고 했다.
경기도 시흥시 최준식(43) 불기둥교회 목사는 경기도 시흥 옥토초등학교 앞에서 분식점 ‘5떡2어’를 운영한다. 주일엔 분식점이 교회가 된다. “매주 금요일 아이들에게 성경을 가르쳐요. 아이들이 자라 복음의 오병이어가 되길 바라면서 씨를 뿌리는 거죠.”
최 목사는 “기독교 인구 감소로 전통적 목회의 성공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교인들의 헌금으로 목회자가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시대라면 목회자의 이중직도 시대적 요청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울도 텐트메이킹(Tent-Making, 자비량선교)하지 않았나요”라고 말했다. 1세대 목회자가 ‘회개’를 부르짖고 2세대가 ‘부흥’을 외쳤다면 3세대는 삶 속에서의 ‘일상 속 선교’를 강조하는 추세다.
카페지기·강사·통장님 모두 ‘제사장’
부산의 김명규(43) 바인교회 목사는 영국 버밍엄대 유학시절 런던 중심부에 있던 카페 ‘바인(Vine)’을 보고 2001년 고향 부산에 같은 이름으로 카페 교회를 세웠다. “영국 바인교회에선 지역민들이 차를 마시고, 상담도 하고 아이들이 쿠키를 구워서 판매도 했어요. 이때 한국에서 본 정형적인 교회상이 많이 깨졌죠.”
그는 현재 사용하는 건물 지하에 바인교회를 세우고 1층에서 바인카페를 운영한다. 카페는 자전거, 롱보드, 서핑 동호회의 아지트도 된다. 2·3층은 영어학원이다. “카페에 온 주부 손님 몇 분이 ‘목사님 영국 유학 다녀오셨으면 우리 애 영어과외 좀 해주세요’ 그러더라고요. 한두명 무료로 가르치다 아이들이 점점 늘어 학원까지 차리게 됐어요.”(웃음) 평일 40여명이 학원에서 공부하고 비슷한 인원이 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린다.
경기도 고양시 이은직(49) 예빛교회 목사는 자택에서 공부방을 운영한다. 이 목사는 평일 생업에 종사하고 주일에 교인들과 성경공부를 한다. 서울 광진구 구은태(43) 시냇가에심은교회 목사는 군자동 25통 통장이기도 하고 청소년 선교단체 YFC 간사다. 구 목사는 “목회가 교회 안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군자동 25통 400여 가구, 1400여명 모두 내가 섬기는 이들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교회 한편에선 목회자의 이중직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대형 교단의 장정이 이중직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반면 안덕원 횃불트리니티신대 교수는 “만인이 제사장이다. 목회자의 사명이 분명하고 교회 공동체 구성원이 동의한다면 목회자가 다른 일을 갖고도 좋은 목회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목회자 스스로 소명을 인식하고 사역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카페 사장님은 목사님 “복음 전하는 곳이 교회”
입력 2014-08-02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