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우리는 엄마와 딸] 엄마가 보는 딸, 딸이 보는 엄마… 그 따뜻한 시선

입력 2014-08-01 03:03

엄마와 딸, 이 둘의 관계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다. 서로를 향해 분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관계가 있다면 바로 이 둘이다.

작가 정호선은 짐짓 경쾌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미화 없이, 모녀를 그린다. 엄마와 딸이 일상에서 겪는 수십 가지 에피소드들을 사실적으로 펼쳐 보인다. 둘은 함께 자장면을 시켜 먹고, 쇼핑을 하고, 빨래를 널고, 영화를 본다. 또 각자 놀기도 한다. 엄마는 설거지, 분리수거, 막힌 하수구 뚫기 등 쉴 새 없이 바쁘다. 딸은 딸대로 애완견을 돌보고, 컴퓨터를 하고, 무료 쿠폰을 모으며 바쁜 시간을 보낸다. 과장된 얘기가 하나도 없지만 둘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참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한 마디 설명이 없더라도 둘의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확인하게 해준다.

책은 엄마가 딸을 보는 시선과 딸이 엄마를 보는 시선을 번갈아 가며 보여 준다. 이 책을 보는 이가 엄마라면 딸의 모습을 자세히 보게 되고, 딸이라면 엄마를 좀더 주목하면서 책장을 넘기게 될 것 같다.

이 책이 둘의 이야기를 동화로 포장하지 않으려고 애쓴 부분은 돋보인다. 현실의 피로나 결핍, 쓸쓸함 같은 것을 완전히 소거해 버리지 않았다. 실수하고 쩔쩔매고 지친 엄마의 모습도 비친다. 특히 아빠의 부재가 곳곳에서 암시되는데, 그런 결핍은 이야기의 현실성을 높여주는 동시에 둘의 관계가 갖는 의미를 더욱 효과적으로 강조한다.

일상을 스케치한 듯한 그림은 소박하고 친근하다. 마냥 예쁘지만 않고,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다. 이 책은 정호선의 세 번째 작품이다. 작가는 전작 ‘쪽!’과 ‘우리 누나, 우리 구름이’를 통해 “화려한 기교나 색채를 쓰지 않지만 소박하면서도 힘 있는 선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는 평가를 들었다.

김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