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정치적 겨울이 길어지고 있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7·30재보선 참패로 지난 3년간 치러진 크고 작은 선거에서 6연패했다. 이길 수 있는 선거에서 지는 일이 수차례 반복되면서 야권 전체가 점점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야권이 이미 두 번의 총선(2008년·2012년)과 두 번의 대선(2007년·2012년)에서도 패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수술이 요구된다.
이번 재보선은 여야가 승부를 못 낸 6·4지방선거의 연장전이었다. 세월호 참사, 유병언 부실 수사, 청와대 인사 참사 등이 겹치면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폭락했지만 국민들은 역으로 무능한 야권을 심판했다. 수도권과 호남의 동반 참패라는 점에서 단순히 투표율이 낮다는 변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새정치연합의 몰락은 새누리당보다도 낡은 당 운영 방식, 내부 운동권 패권주의 등 고질적인 계파 갈등과 공천 자충수, 세월호 참사 등에 기대 정권심판론만 제기하는 무능함이 가져온 예견된 참사로 분석된다.
새정치연합은 2011년 4·27재보선 승리를 끝으로 이후 모든 선거에서 졌다. 2011년 10·26재보선→2012년 19대 총선→2012년 18대 대선→2013년 4·24재보선→2013년 10·30재보선→올해 6·4지방선거 및 7·30재보선 순이다. 4·27재보선 분당 승리의 주역인 손학규 상임고문이 31일 경기 수원병 보궐선거 패배를 계기로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안철수 공동대표가 대표직에서 사퇴한 것은 야권 몰락의 상징적 사건이다.
최근 몇 년간 모습을 볼 때 야권은 새누리당보다 낡고 진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이번 재보선에서 '탈(脫)박근혜 선거'를 해야 했던 새누리당 지도부는 반바지를 입고 빨간 모자를 쓰고 선거운동을 했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껄끄러웠던 김무성 의원을 대표로 선출하는가 하면 야권의 텃밭인 전남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안 대표가 가진 젊고 개혁적인 에너지를 소모하기에 바빴다.
야권연대의 경우 2010년 6·2지방선거에서는 효과를 봤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유권자들에게 낡은 정치 술수로 비쳤다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 우원식 최고위원은 "대한민국에서의 혁신은 박근혜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새정치연합 자신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민심을 읽지 못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18대 대선 패배 이후에도 체질 개선에 실패했다. 안 대표와 옛 민주당의 합당은 야권이 발전적 경쟁보다는 기득권에 안주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의에서 "이대로라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고 우려했다.
새정치연합의 패배에는 늘 공천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올해 6, 7월 선거에서도 서울과 광주에서 연이은 공천 파동으로 사실상 자멸했다. 이전 선거에서도 공천이나 경선 룰을 놓고 계파와 세력이 극심한 갈등을 겪다가 붕괴된 경우가 많았다. 공천 갈등의 해법을 찾지 못하면 연패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야권이 선거 때마다 정권심판론을 내세우는 것 외에는 대안세력으로서 믿음을 주지 못한 것도 몰락을 재촉했다. 야권연대의 명분도 대개 정권심판론에 머물렀다. 생산적 야당으로 거듭나고 이에 맞는 정책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새정치연합 김부겸 전 의원은 "공천도 문제였지만 우리가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것이 근본적 패인"이라고 말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뉴스분석-野 3년간 선거 6연패… 4대 敗因] 패배에 익숙해진 야당… 野性도 비전도 없었다
입력 2014-08-01 0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