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재보선 이후] 전남 순천·곡성, 왜 새누리당 이정현을 택했나

입력 2014-08-01 03:51 수정 2014-08-01 11:13
7·30 재·보궐 선거에서 대이변을 일으키며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31일 순천시 역전시장을 자전거로 돌며 상인들에게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당을 보고 선거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죠. 정치 1번지는 이젠 전남 순천·곡성입니다.”

풍덕동 아래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조영수(47)씨는 31일 이같이 말하면서 “정당이 아닌 인물을 보고 투표하는 이 지역의 성숙한 정치의식이 대한민국 정치발전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새누리당 이정현(55) 의원의 순천·곡성 지역 국회의원 선거 승리는 ‘예산 폭탄론’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후보 선출부터 안이한 선거기획 및 전략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끌고 와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다”며 ‘예산 폭탄론’을 들고 나온 이 당선자의 자신감이 먹혀들었다는 게 지역 정가의 지배적인 견해다.

이 의원은 “순천 시민들이 가장 바라고 있는 순천대 의대 유치에 따른 대학병원 설립으로 선진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며 “관리와 유지를 위해 막대한 시 예산이 소요되는 순천만정원이 국가 1호 정원으로 지정됨으로써 국가 예산으로 더 좋은 순천만정원으로 가꿀 수 있다”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남자’로 불리는 이 의원이 정권의 실세로 막대한 예산을 끌어와 이 모든 사항들을 현실화시키면서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지지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의대 유치에 따른 대학 발전과 위상 제고를 현실화하기 위해 순천대 관계자와 학생 등 구성원들도 지지를 보냈다는 후문이다.

순천시 조례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애라(38)씨는 “전라도라고 해서 잘하지도 못하는 야당을 계속 찍어 주란 법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회사원 박모(54)씨는 “이 의원이 실제로 얼마나 일을 잘할지 아직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먼저 기회를 줘보고 잘못하면 나중에 바꾸죠”라며 웃었다.

경선에서 탈락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일부 지지자들이 같은 당의 서갑원 후보를 밀지 않고 이 의원을 지지하는 경선의 후유증이 참패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지역 정가는 내놓았다. 시·도의원들이 서 후보 당선으로 지역위원장이 바뀔 경우 공천 등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에 이 의원을 적극 지지했다는 후문도 있다.

여기에 무소속인 조충훈 순천시장의 고향이 이 의원 고향 바로 옆으로 오래전부터 친분관계가 남달랐다는 점도 거론된다. 순천시 관계자는 “국비 확보 때마다 정부기관을 찾아다니며 어려운 예산 따기에 힘이 부친 조 시장이었다”면서 “시장 이하 공무원, 시민들이 좋아지는데 조 시장이 어느 편에 섰을지는 짐작할 만하다”고 말했다.

순천=김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