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참담하게 패배한 새정치민주연합이 거친 내홍 속으로 빠져들었다. 야권 차기 대선주자로 꼽혔다가 경기 수원병(팔달) 보궐선거에서 낙마한 손학규 상임고문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3월 26일 야권 통합으로 출범한 제1야당의 ‘안철수 김한길 투톱 체제’는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불과 4개월여 만에 막을 내렸다. 당은 차기 지도부 선출의 비전도 없이 황망하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안·김 두 공동대표는 31일 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이어 새정치연합 최고위원단도 전원 총사퇴를 결의했다. 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선거 결과는 대표들 책임”이라며 “평당원으로 돌아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넉 달 동안 많이 의지하고 배웠다”고도 했다. 김 대표도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침울한 얼굴로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며 “모든 책임을 안고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이겨야 하는 선거에서 졌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대표는 “앞으로 백의종군의 자세로 부단한 혁신을 감당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회의에 앞서 비공개 단독회동을 갖고 대표직 동반 사퇴를 결의했다.
두 공동대표의 사퇴로 새정치연합은 박영선(사진) 원내대표가 대표 직무대행을 수행하면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박 원내대표는 일단 선거 참패 충격에 빠진 당을 추스르는 한편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 소집 문제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안·김 공동대표뿐 아니라 친노(친노무현), 486(4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시민사회세력 등 당내 모든 계파가 재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세력도 주도적으로 당 재건 작업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패배 책임을 놓고 이들 세력 간 분열과 경쟁도 극심해질 전망이다. 이 같은 후폭풍 속에서 박 원내대표 중심의 비대위가 수권능력을 갖춘 새로운 제1야당을 재탄생시킬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손 고문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재보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오늘 정치를 그만둔다”고 밝혔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혔던 손 고문이 정계를 은퇴함에 따라 야권의 차기 대권경쟁 구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안철수·김한길 동반퇴진… 손학규 정계은퇴
입력 2014-08-01 04:36 수정 2014-08-01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