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이 31일 정계 은퇴를 선언한 것은 더 이상 정치 재개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손 고문은 오후 4시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저는 오늘 정치를 그만둔다"며 홀가분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준비해 온 회견문을 담담하게 읽어내려갔다. 1993년 민주자유당에 입당하면서 굴곡 많았던 정치역정을 시작한 지 21년 만이다.
손 고문은 먼저 "유권자 선택을 못 받은 것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떳떳하게 일하고 당당하게 누리는 세상, 모두가 소외받지 않고 나누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려 했던 제 꿈을 이제 접는다"며 "능력도 안 되면서 짊어지고 가려 했던 모든 짐을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또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드린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송구스럽다"고도 했다. '저녁이 있는 삶'은 지난 대선 당내 경선 때 손 고문이 제시해 좋은 평가를 받았던 슬로건이다. 회견장에는 야당 의원 10여명이 침통한 표정으로 회견을 지켜보며 일부는 눈물을 흘렸다.
올해 66세인 손 고문은 서강대 교수 시절 경기 광명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15·16·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영삼정부에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했다.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경기도지사에 당선돼 4년 임기를 마친 뒤 대권 도전을 모색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과 3각 경쟁을 벌이던 중 2007년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2007·2012년 대선 때 대권 경쟁에 나섰지만 당내 경선에서 정동영 문재인 후보에게 연이어 패했다. 손 고문은 2013년 1월부터 9월까지 독일에서 연수하고 귀국한 뒤 정치적 재기를 위해 이번 재보선에 출마했으나 정치 신인인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에게 충격패를 당했다.
손 고문은 대선 패배 등 그동안 수차례 실패에도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앞으로 2년 가까이 선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다음 대선 때 만70세가 되는 손 고문이 그 사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7·30재보선 이후] “꿈과 짐 내려놓는다… 약속 못지켜 송구” 손학규, 21년 정치역정 마감
입력 2014-08-01 0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