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불완전판매 피해자, 원금의 64.3% 받는다

입력 2014-08-01 02:02
“동양증권의 불완전판매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께서는 조정 내용이 미흡하다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이 최대한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그동안 노력을 기울여 왔음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최수현 금융감독원장)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심도 있는 법리 검토를 거쳐 각각의 배상비율을 내놓았지만, 이 결정이 얼마나 많은 동양그룹 채권투자 피해자들에게 원만히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피해자들은 현재현 회장의 사기에 따른 손실임이 명백하다며 100% 원금 배상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날 분조위가 7∼8개월을 검토해 제시한 합의안은 채권 발행사들의 변제액을 포함해 원금의 64.3%를 돌려받는 안이었다.

◇합의하면 64.3% 손에 쥔다=31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월까지 분쟁조정을 신청하고 불완전판매를 인정받은 1만2441명은 결국 2102억원의 손실을 입게 됐다. 이들은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발행한 ㈜동양, 동양시멘트, 동양인터내셔널 등으로부터 현금변제액과 출자전환 주식을 합쳐 3165억원을 지급받고, 동양증권으로부터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액 625억원을 추가로 받게 된다.

채권 발행사별로 투자자가 회수하게 되는 금액은 천차만별이다. ㈜동양은 향후 10년간 45%를 현금으로, 주식으로 55%를 변제키로 했다. 장기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는 돈이다 보니 현가율이 53.9%로 낮게 계산된다. 동양인터내셔널은 3년간 17.3%를 현금으로, 주식으로 82.7%를 변제하는 식이다(현가율 85.2%).

피해자들은 자신의 투자금액에서 이 부분을 빼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 15∼50% 범위에서 각각 불완전판매 보상 결정 통보를 받았다. 그간 논란이 되던 재투자자는 피해배상에서 탈락하지는 않았지만, 불이익을 적용받았다. 분조위는 “투자횟수가 30회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배상 하한선을 15%로 낮춰 차별화했다”고 밝혔다.

◇소송으로 갈아타면 유리할까=금감원의 분쟁조정은 법적 효력이 없다. 오순명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분쟁조정은 양 당사자가 수락해야만 화해와 같은 효력이 발생하기에 금감원이 나서서 강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분쟁조정과 소송 가운데 어떤 방식이 피해자에게 유리한지는 명확지 않다. 법원은 불완전판매를 인정하면 통상 손해액의 20∼50%가량을 배상토록 하고 있다.

2011년 3월 23일 부산지법은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 받지 못한 채 주가연계펀드(ELF)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9억원을 날린 한 고령 투자자에게 은행 측이 35%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안정성과 수익성만 앞세우고 투자 위험성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은행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면서도 “투자하는 신탁상품의 손익구조와 투자위험을 미리 파악해 신중하게 투자하지 않았다”며 원고의 책임도 인정했다.

전문적 식견으로 나름대로 분석해 투자했다면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설명이 있었더라도 사기 피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도 있다. 투자횟수가 많은 피해자들은 고민이 더해질 법한 판례다. 지난해 11월 26일 대전고법은 “원금의 절반가량을 이익금으로 돌려주겠다”며 투자금 5억원을 챙겨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A씨에게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부동산 투자에 전문적 식견을 갖고 있고, 투자계약 체결 1주일 전 현장을 직접 답사했다”며 “스스로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