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7·30재보선에서 드러난 민심은 결국 민생이었다는 해석을 내놨다. 대안 없이 세월호 심판론만 내세운 야당에 대해 유권자가 '11대 4'라는 충격적인 스코어로 오히려 심판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압승은 자력으로 얻었다기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무능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의견이 많았다. 여권이 자만했다가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도 적지 않았다.
◇정부 심판보다는 민생=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31일 "야당은 '정의 대 불의'로 나누는 식의 선거 프레임을 내세웠지만 민심에 전혀 다가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당이 내세운 경제 활성화가 그나마 민심에 다가간 이슈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상당수 지역에서 투표율이 낮았고 새누리당이 큰 차이로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안주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대책 없는 야당에 비해 새누리당은 경제 활성화와 혁신을 전면에 내세워 민심을 어루만지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우스꽝스럽게 보였을 수도 있지만 새누리당 지도부가 빨간 모자와 운동화를 착용하고 반바지를 입으면서 혁신 의지를 보여준 것이 언더독(경쟁에서 뒤지고 있는 사람에게 동정표가 몰리는 현상) 효과가 발휘될 수 있는 터전이 됐다"고 말했다. 친박(친박근혜) 색이 빠진 새 지도부가 전면에 나서서 심판론을 비켜갈 수 있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용근 글로벌리서치 대표는 "여당을 찍으면 그나마 좀 먹고살만해지지 않겠나 하는 기대감이 선거에 미친 영향을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물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밝힌 경제 활성화 대책에 대한 우려 섞인 지적도 있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여당이 선거에서 불리하다는 건 이제 상식이 됐다"면서 "정부가 최근 밝힌 경제 활성화 정책들은 상당히 선거공학적으로 접근한 측면이 있다"고 낮게 평가했다.
◇지역 일꾼 내세운 새누리당의 전략적 승리…철새 정치인은 모두 아웃=민심이 박근혜정부에 등을 돌린 가장 큰 이유가 인사 실패 탓이었는데, 이를 비판한 야당이 스스로 구태를 보이면서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정부에 대한 심판이 필요하지만 그 주체가 새정치연합이라는 데 전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청와대 인사 파동과 세월호 사고 부실수사 등 국정 부실이 드러나면서 여권 지지도가 추락했는데 이를 흡수할 그릇으로서 야당이 신뢰를 얻지 못했다"고 했다.
일방적인 거물 정치인 전략공천과 철새 정치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있었다. 지 대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이 퍼지면서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기대가 확 떨어졌다"면서 "국민들은 여든 야든 상관없이 우리 지역을 위해 일할 일꾼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지역 연고도 없는 곳에 거물이라고 무조건 꽂는 식의 공천은 더 이상 아무런 실익이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7·30재보선 이후] 민심은 “민생”… ‘심판론’만 앞세운 野에 회초리
입력 2014-08-01 03:47